유휴설비 수출이 활성화하면 외화획득과 함께 금융기관은 채권을 조기 회수해 재무상황을 개선할 수 있고 기업은 설비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26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한국은행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유휴설비 수출지원 방안을 마련해 오는 12월초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3차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은행과 성업공사 등에 넘어가 있거나 기업들이 팔려고 내놓은 설비매물이 모두 20조원어치를 넘어섰다』고 전하고 『지난 91년부터 97년까지 국내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무려 21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더 많은 설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휴설비 중 대부분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거나 리스회사 등의 소유로 돼 있어 담보를 해제하거나 매각대금을 지불한 뒤에야 처분할 수 있는 실정』이라며 『유휴설비를 수출하는 업체에 무역금융을 지원, 담보해제와 성능개선을 통해 수출에 활용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휴설비에 대한 융자기간은 매입자금의 경우 180일 이내, 수리자금은 90일 이내로 각각 설정, 해당업체가 이 기간 안에 수출을 마치고 자금을 상환하도록 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특별 승인할 경우에는 융자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업체를 통해 유휴설비의 성능을 개선한 뒤 수출할 경우 그대로 뜯어 수출하는 것보다 100%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데도 대부분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이를 헐값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수출계약금액의 30%로 제한하고 있는 설비수출금융 지원한도를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 유휴설비 수출업체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