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제3부」 개설(논쟁)
입력 1997.03.27 00:00:00
수정
1997.03.27 00:00:00
최근 증권거래소 3부시장 개설을 놓고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중소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거래소 3부시장 개설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증권계에서는 새로운 주식시장을 개설하기보다는 코스닥시장을 보완개편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찬반의 반대편에 서있는 양측의 입장을 소개한다. 논쟁에는 림충규 기협중앙회 조사이사와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여했다.<편집자주>◎찬성/중기 안정적 자금조달 절실/간접금융비용 커 벤처기업 성장에 한계/현행상장요건 엄격,증시활용 가로막아/신기술·리스크 공개 등 공시 강화로 부작용 최소화 가능/임충규 기협 조사이사
최근 첨단기술분야 진출을 통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이나 고용및 생산측면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커짐에 따라 정부에서는 벤처기업등 유망중소기업에 대한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장외시장 활성화등 여러가지 제도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 장기적, 안정적 자금조달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금융구조의 특징을 보면 첫째, 외부자금 차입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취약하고 경영규모가 소규모일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역시 불안정해 자금조달력이 매우 미약한 상태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담보대출 관행등 주변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비용 부담률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너무 높다. 높은 금융비용은 기업의 경기 대응력이나 국제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기업 수익성 개선을 어렵게 함으로써 외부자금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다. 이는 다시 초과 금융수요를 초래하여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우리나라 중소기업 자금난은 대기업의 자금사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특이한 구조로 돼있다. 최근 한보와 삼미부도 등으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기업의 자금사정 악화는 중소기업에 대한 외상매입금 지급지연등으로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전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이같은 금융구조는 간접금융위주의 지원제도에 상당한 원인이 있으며,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즉 직접금융조달제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사정 때문이다.
기협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실태」에 따르면 은행으로 부터의 차입이 80.0%, 비은행 금융기관 차입이 7.7%를 차지, 중소기업의 간접금융의존도가 8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의 직접금융이용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싼 금융비용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조달은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 상장기업이 지난해 증권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는 총 5조4백30억원인데, 이중 중소기업이 조달한 자금규모는 전체의 12.5%인 6천3백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회사채 발행에 의한 자금조달도 전체의 11.3%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의 대외신용도, 담보력 부족때문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주식시장 접근이 어려운등 주식시장구조 자체의 불합리성 때문이다.
기업이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납입자본금 30억원이상, 자기자본 50억원이상, 매출액 2백억원이상, 납입자본이익률 25% 이상등의 요건을 갖추도록 돼있어 벤처기업 등 유망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규모가 기준 이상 되지 않는 경우에는 증시를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코스닥(KOSDAQ)을 설립하는 등 장외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장외등록 회사에 대한 정보부족, 투자자의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부족, 그리고 독립성 결여등으로 인해 중소기업 직접금융 조달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지난해 장외거래 등록법인은 3백31개사로 상장기업 7백60개의 43.6%에 불과하며, 일평균 주식거래량 12만1천주, 거래대금 18억2천6백만원으로 각각 0.46%와 0.36%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주요 선진국 증권시장에서는 대량생산 산업구조가 소량주문생산 체제로 변화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해, 첨단산업관련 소규모성장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마련이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전용 주식시장을 개설하고 있다.
급변하는 정보산업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의 혁신성, 탄력성이 탁월한 중소기업(벤처기업) 육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전용 증권시장 개설이 필요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구조의 문제점과 국제적인 증권시장의 흐름을 볼 때, 중소기업전용 증권시장(제3부시장)을 개설하는 문제는 긍적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3부시장 개설시 기존 증권시장에 대한 신인도 저하등의 문제점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나 공시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보유신기술의 내용, 연구개발 활동현황 및 리스크정보를 공시토록 하면 별반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약력
▲성균관대 상학과 졸
▲기협중앙회 조사부장
▲기협기획조정실장
▲숭실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반대/코스닥시장 보완이 더 시급/행정·자원 낭비… 선진국도 대부분 실패/상장중기 잇단 부도땐 투자가에 큰피해/증권거래세 면제·시가증자 허용 등 지원책 마련을/장범식 숭실대 교수
정부가 벤처기업 및 유망중소기업의 직접자금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소 3부시장을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중소기업을 위한 3부시장 개설 논의와 관련, 새로운 시장을 개설하기보다는 현 코스닥시장을 확충해 보완하는 작업이 더욱 시급하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개편키 위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려고 여러가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보부도와 삼미부도로 우량중소, 중견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만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3부시장 개설이란 발상에는 상장제한을 완화함으로써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의 직접금융조달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위한 직접금융 조달창구인 코스닥증권이라는 장외시장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3부시장 개설움직임은 자칫 행정과 제한된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운 시기에 제시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방안이 소기의 정책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금융이용실태 및 애로사항, 벤처금융과 직접금융시장의 활성화, 장외시장과 거래소시장의 역할정립,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중소기업 부도와 장내시장 공신력문제, 외국의 사례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현재 검토되고 있는 3부시장의 창설논의와 관련해 몇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4년말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외부자금조달은 은행 81.7% 등 금융기관 차입에 의한 간접금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며 유상증자,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을 이용한 자금조달은 불과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담보를 위주로 한 국내의 대출관행과 과다한 금융비용으로 인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재무구조는 압박당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더욱 요청된다.
1987년 4월에 발족한 우리나라 장외시장에 기대가 모아졌던 이유는 우선 이처럼 유망중소기업 및 모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의 장으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장외시장의 두번째 큰 역할은 벤처금융회사의 투자자금회수를 위한 시장으로서의 역할이다. 벤처금융은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지만 자본과 경영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체의 금융지원활동을 의미하며 신규사업의 성공 이후에 높은 자본이득을 기대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창업투자회사의 경우에는 벤처금융 본연의 업무에 가장 충실하였으면서도 자금회수의 장기화로 인해 재투자를 위한 자금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따라서 유망중소기업에 대한 벤처금융의 적극적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금회수를 위한 유통시장의 형성이 강력히 요청돼왔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주식장외시장을 통한 중소기업 및 모험기업의 자금조달 활동과 거래실적은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6년 7월 장외주식시장 매매중개 전문회사인 코스닥증권이 출범한 이후 장외시장은 경쟁매매 및 입찰제도의 도입으로 주식분산 및 매매활성화면에서 진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신주공모제도 등이 미정착, 등록법인의 자금조달 시장으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계속적인 제도의 보완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이렇게 기존 장외시장에 대한 지난 10여년간의 제도개선 노력이 병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제기된 제3부시장 개설움직임은 증권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 당사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주식장외시장은 발족 당시 거래소시장의 예비단계 및 보완적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돼왔다.
그러나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3부시장에 상장될 경우 이는 거래소시장 전체의 공신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장내시장과 장외시장의 적절한 역할 분담은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함께 3부시장제도를 도입한 외국의 실패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일본의 경우 오사카증권거래소 내에 설치, 운영해오던 신2부시장(중소기업을 위한 일본의 3부시장)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부족과 참여기업수의 부족으로 97년 1월 폐쇄된 바 있다. 또한 영국은 전통적으로 증권거래소가 유일한 주식의 유통시장이어야 한다는 정책기조하에 비상장중소기업을 위해 USM시장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제3부시장을 거래소 내에 설치,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USM시장은 기능약화로 폐쇄했으며 대신 새로운 장외시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유럽식의 장외시장(거래소 부설시장)보다도 미국식의 장외시장인 나스닥 형태로의 발전책을 모색하고 있음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약력
▲서울대 및 동대학원 졸
▲한국증권경제연구원 정책실
▲텍사스대학 전임강사
▲한국산업은행 국제금융부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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