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20일 이라크 공습을 시작하면서 이라크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전쟁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모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단 시장을 짓눌러온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쟁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전쟁랠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주식시장이 급등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들은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아직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라크 전쟁이 어떤 형태로 종결될 지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침체상태에 빠진 세계경제가 전쟁을 계기로 회복세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추가상승을 기대하는 낙관론과 펀더멘털을 우려한 경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발발이 주식시장의 반등세를 이끌긴 하겠지만 추가상승 여부는 유가 등 주변 변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들 변수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쟁 시나리오별 주식시장 영향=이라크전쟁이 시작된 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단기전과 장기전의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군사력 차이를 감안할 때 현재로선 전쟁이 2개월 이내에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과거 걸프전이나 9ㆍ11 테러 당시의 학습효과를 통해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쟁이 미국의 의도와 다르게 3개월 이상의 중ㆍ장기전 양상을 띠거나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 미국에 대한 테러 등으로 확산될 경우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이며 현 지수대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승훈 한국투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전쟁이 단기전 양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이 경우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식시장도 상당 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가흐름 및 세계경기 회복이 변수=전문가들은 전쟁 이후 주가상승 여부를 결정지을 핵심변수로 유가동향을 꼽고 있다. 유가는 전쟁 이후 경기와 주가를 이어주는 직접 고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90년 걸프전 당시에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후 폭등세를 보이던 유가는 미국이 무력제재를 검토하면서 하락세를 보이다 전쟁이 터진 후 급격한 안정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 유가도 두바이산 원유가격이 25달러대로 떨어지며 급락세를 보이는 등 일단 출발점에서는 과거 걸프전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유가 동향은 과거 걸프전 당시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주가상승의 확실한 열쇠는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 여부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석유시장의 공급부족과 미국의 낮은 원유재고, 증산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유가하락이 시장의 예상보다 급격하게 나타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재정적자와 전 세계적인 기업 및 소비지출 회복세 둔화 등 경기 측면에서의 펀더멘털이 과거 걸프전 당시보다 불투명하다는 점도 전쟁랠리의 강도를 둔화시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쟁랠리로 600선 부근까지 상승 가능할 듯=주식시장이 이라크전쟁이라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1차 랠리에 이어 경제회복을 전제로 한 2차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국내시장의 경우 이라크전쟁 변수 외에도 북핵 문제와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 추가적인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또 외국인들이 좀처럼 국내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이라크전쟁 발발을 계기로 600선 부근까지 제한적인 반등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시장은 내부적인 악재로 인해 세계증시 상승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라크전쟁이라는 불확실성 해소와 가격메리트를 고려할 때 종합주가지수 600~620선까지는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