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경제가 말이 아니다. 한보사태에 이어 진로·대농이 그러더니 기아까지 휘청거려 나라안이 온통 법썩이다. 뿐만 아니라 몇몇 재벌그룹에도 부도유예가 적용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부도라는 것은 중소기업에나 해당되는 것이지 대기업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기업과 함께 은행도 도산할지 모른다는 상황을 맞고 있다.『우리 기업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라는 탄식과 함께 원칙을 무시한 경영관행에 대한 안타까움도 금할 수 없다. 기업이 흔들리게 된 근본원인은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기본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경영의 기본은 보수적인 재무구조의 유지가 첫째다. 투자재원을 부채보다는 자기자본에 더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자본을 가지고 투자하게 되면 자연히 투자에 신중하게 된다. 요즈음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아주 낮다. 좀 더 실질적으로 얘기하면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순서에 따라 부도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도대체 3∼4%의 자기자본비율을 가진 기업들이 그동안 버텨 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수익성 있는 투자활동을
기업은 재무구조도 중요하지만 유보된 이익도 얼마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자금은 경기하강시 완충역할도 하지만 새로운 투자기회가 생겼을 때 경쟁자들보다 한발 빠르게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도 제공해 준다.
둘째, 경영환경변화에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앞으로 10년내지 20년 후 기업환경이 어떻게 변화되어 갈 지에 대한 감이 잡혀 있어야 한다. 기술과 정보가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망해 보면 정보통신·생명공학·우주항공·환경산업·에너지·유통·문화관련 사업 등이 고도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업구조가 21세기 형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식의 「미투」(Me Too)전략은 버려야 한다. 자동차 및 철강에 대한 과잉·중복투자는 국가적인 낭비일 뿐만 아니라 21세기형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잘 맞지 않는다.
○경영환경변화 민감해야
셋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다. 기업의 인적자원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채용한 것이 아니다. 그들로부터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풍토는 아이디어 개진이 아주 어렵다. 오히려 처음부터 기를 꺾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일상생활 및 산업부품을 만드는 회사인 3M은 종업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많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모든 종업원에게 근무시간의 15%는 신제품 개발에 관련된 활동을 하도록 한다. 또 3개월 단위의 매출액중 25%는 반드시 최근 5년내에 개발된 신제품이어야 한다는 내부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넷째, 전체 종업원들이 공감하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기업 자체는 다각화돼 있다 할지라도 종업원들이 전체의 일부분임을 느낄 수 있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우리기업들도 잘 알려진 비전이나 슬로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업원들의 마음이 따라가 주지 않는 슬로건은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종업원을 응집시키고 일체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경영철학이 필요하다.
○비전있는 경영철학 필요
미국 백화점계에서 고객 서비스면에서 으뜸인 노드스트롬의 목표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종업원의 핸드북에는 지켜야 할 규칙으로 단 한개의 조항만이 적혀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판단하여 고객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실행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경쟁이 글로벌화되고 소프트산업이 앞서가는 세상이다. 제조업에 기반을 둔 국내 기업들의 생존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로 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기업생존의 해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약력
▲52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미인디애나 주립대(경영학 석사·박사) ▲미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