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기간제 근로자를 제한 없이 최장 2년간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법안 최종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이 공조를 파기했다고 반발하고 경영계도 이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국회의 법안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30일
오전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자체 최종안을 발표하고 경영계와 국회에 수용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파견근로자 허용기간을 최장 2년으로 하되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을 파견금지업종으로 명시하고 불법파견 적발시에는 원청업체가 즉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안은 핵심쟁점인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사용사유 제한 없이 최장 2년간 허용하고 기간 초과시에는 정규직처럼 기한 제한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동등ㆍ유사한 기술, 작업수행능력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동등처우를 요구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12월1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법안 심사 과정에 그동안의 투쟁과 교섭의 성과물을 반영하기 위해 오랜 토론과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의 최종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기자회견 직후인
오후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노총이 비정규 노동자를 저버렸다”며 “앞으로 한국노총과의 공조투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재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돌입시기에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안보다 후퇴한 안을 내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노사관계 로드맵을 비롯한 앞으로의 투쟁과정에서 함께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 위원장은 “1일과 2일 전국 140여개 사업장 6만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국회 본회의 법안처리 과정에 따라 투쟁수위와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ㆍ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안에서 후퇴하는 어떤 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은 “한국노총의 최종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만일 국회가 노동계 압박에 밀려 정부 법안을 수정한다면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되고 비정규직 근로자마저도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