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산그룹, 투명경영으로 거듭나길

두산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박용오 전 명예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전ㆍ현직 대표 등 모두 14명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일단 마무리됐다. 상당한 규모의 비자금 조성과 사적인 유용 등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전원 불구속 기소한 것은 대표적인 기업인으로서 그동안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와 기업이미지 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형제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많은 교훈을 남긴다. 우선 비자금 조성을 비롯한 회계부정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영원한 비밀이 될 수 없는 회계부정이 또다시 우리 업계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집단소송법 시행 이후 올해 말까지 회계분식에 대한 자진신고기간 동안 조속한 신고를 촉구한 것도 이른 시일 내에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고 투명한 기업경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건을 투명경영의 계기로 삼아 기업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아울러 그룹경영도 차질 없이 이뤄져 경영실적이 나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건 발생직후 전문 경영인들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되고 있기는 하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복귀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경영 안정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아닌 가족회의에서 결정하는 등 전형적인 ‘가족 기업’의 형태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배구조 확립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기업인이 한때 부도덕했더라도 그 기업마저 위축될 필요는 없다. 창업 109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경영을 정착시킴으로써 새로운 두산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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