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부터 오르골에 관심을 갖다 보니 버리려 해도 안되더라구요. 성경에 보면 ‘두드려라 문은 열릴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결국 십여 년 동안 오르골을 찾아 세계를 누비며 공을 들이며 문을 두드렸더니 박물관이란 문이 열린 것이죠.” 황경환(60·사진) ㈜경주아이씨에스 대표이사는 오르골 소리에 몸과 마음 모두 빼앗긴 사람이다. 오르골 소리에 매료돼 일본, 스위스, 네덜란드, 미국 등 오르골로 유명한 세계 곳곳을 누볐고 그 과정에서 수집한 귀한 오르골을 한 곳에 모아 경주오르골소리박물관을 개관한 것이다. 오르골을 소재한 박물관으로는 국내 처음이다. 황 이사는 “제주도에 있는 드라마 ‘올인’ 세트장에서 일본에서 제작된 오르골 소리를 듣고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오르골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게 박물관 개관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오르골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처음 찾은 곳은 일본이었지만 결국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유럽이었다. 유럽의 오르골이 일본의 그것보다 시대가 훨씬 앞서 있었고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실제 경주오르골소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오르골 가운데 유럽에서 제작된 것이 다수란 점도 그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 지 반증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오르골의 평균 나이는 100세. 모두 제작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귀한 것들이다. “이제는 자금이 없어서 수집 못한다”는 그의 농담도 귀한 것들을 소장자를 설득해 자비로 사 모으는 데 상당한 금액이 소요됐음을 말해준다. 그는 “어릴 적부터 바닷가에서 파도소리, 냇가의 시냇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한여름 산사에서 들을 수 있는 풀벌레 소리 등이 참 좋았다”며 “오르골 소리는 이 같은 자연의 소리에 가장 가까운 소리로 느껴져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박물관 개관을 마음먹고 장소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어디가 좋을 지 잠을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경주IC휴게소를 들르는 방문객들이 ‘경주오르골소리박물관에서 들었던 소리가 참 좋았다’고 기억할 수 있는 곳이 되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저와 박물관을 운영하는 모두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오르골 소리가 좋아 오르골을 공부하고 수집했으며 보다 많은 사람과 좋은 소리를 나누기 위해 박물관까지 열게 된 황 이사. 그러나 오르골과 관련한 그의 종착역은 아직 멀었다. 앞으로 오르골 소리로 인간의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고 정신적인 병을 고치는 등 오르골 치유와 관련한 분야에서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는 “최근에는 오르골 소리는 정서 불안과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오르골 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오르골 소리가 국내에서도 이 같은 치료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