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교섭이 본격화됐다. 국내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도 자연히 현대차로 모이고 있다. 20년 넘게 파업을 계속해 온 현대차 노조지만 올해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는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출발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주 현대차는 레저용차량(RV)을 만드는 2공장에서 아반떼 승용차의 혼류 생산에 돌입했다. 회사 창립이래 노조원들의 전환배치나 혼류 생산을 한사코 반대해온 노조가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달라진 노사관계를 엿볼 수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도 노사의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와 금속노조 사이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 간 첫 상견례가 열렸던 지난달 24일의 일이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당시 정 위원장은 "각 지부에서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체결권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부의 개별 집행부에서 상급단체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교섭 당사자인 현대차지부의 의견은 다르다. 조기교섭 타결 의지를 밝히고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교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해모 현대차 지부장은 금속노조가 이번 협상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듯 노조원들에게 지부 집행부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노조 소식지 등을 통해 거듭 밝히고 있다. 윤 지부장을 포함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기교섭 타결' 방침까지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교섭에서도 지부교섭 전환 여부를 놓고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 간에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가 결국 협상이 장기화되는 결과를 빚었다. 지난해 협상 당시 정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삼엄한 경찰의 수배망을 뚫고 울산에 나타나 노사 간 합의된 산별교섭안 합의를 뒤늦게 뒤집은 바 있다. 때문에 올해도 같은 상황이 재연될지 걱정이다.
쌍용자동차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GM대우 역시 부도 위험에 시달리는 등 차 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도 이런 점 때문에 고용안정을 최상의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부디 현대차의 올 노사협상에는 '정갑득 변수'가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