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시 가계부채 안정성 심각하게 훼손"

저소득층의 부채가 수년간 빠르게 늘어서 금리가 급등할 경우 가계부채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학회 세미나에서 '가계부채 추이와 금융 불안'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688조2,000억원으로 가처분 소득의 126% 수준에 도달하는 등 가계 부채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2000년 이후 발생한 가계 부채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서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면서 “소득 격차의 확대와 함께 저소득층 가계의 수지 악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부채상환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하위 20% 중 빚을 지고 있는 가구의 비중은 2000년 29%에서 2006년 49%로 늘어났고, 평균 부채규모는 375만원에서 1,226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나 이자율 급상승과 같은 갑작스런 경제환경의 변화가 발생할 경우 가계부채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이자율이 1~3%포인트 상승하면 가계부실이 8~17%포인트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10~40% 하락하면 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3년 이하의 짧은 만기, 높은 변동금리 비중, 만기시 원금일시상환 방식 등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택담보대출 구조도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만기가 돌아올 때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 대규모 부실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부동산 투기억제 수단으로 보는 기존 인식에서 탈피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더불어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지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주택담보대출 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은행에 대해서는 커버드본드(covered bond)의 발행을 허용해 장기 주택대출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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