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1일] 케이블TV 자율성 보장 받나

한동안 잠잠하던 케이블TV의 선정성 논란이 최근 케이블ㆍ위성TV 연예채널 ETN의 ‘알몸쓰시’ 방송으로 다시 불붙고 있다. ‘포르노급’ 작품을 마구 틀어댄다는 지적에서부터 케이블TV 사업자의 행동이 방종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선정성을 언급할 때에는 이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없어진 옛 방송위원회 방송위원과 언젠가 식사를 할 때였다. 방송위원은 “tvN은 생각보다 너무나 공격을 받고 있어요. 유료방송 채널로 참 잘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에 대한 개념 정립이 확실히 안 돼 있어요”라고 했다. 당시 기자는 방송위원의 말에 크게 놀랐다. 방송위원 중에 유료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이렇게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 때만 해도 tvN은 케이블TV 대표채널로 선정ㆍ폭력의 대표주자로 여겨졌었다. 누구나 별생각 없이 케이블TV가 선정적이라고 말하던 때다. 방송위원의 말처럼 유료방송인 케이블TV를 지상파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케이블TV는 지상파가 하지 않는 프로그램과 재미를 시청자에게 줘야 하고, 또 그럴 의무가 있다. 섹시물도 마찬가지다. 선정적인 프로를 한다고 케이블TV를 욕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의 매체성격을 이해 못 하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지금의 케이블TV 사업자들을 나무랄 수 있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다른 사업자의 뒤만 쫓아 섹시물에만 ‘올인’하는 태도다. 단순히 섹시물을 만든다고 욕할 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시도해보라고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시간대와 프로그램 등급을 지키는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최대한 자율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청소년 보호시간대를 조정하고 등급부여를 확실히 하면 된다. 문제가 있을 때도 있었지만 케이블TV 사업자가 파렴치한은 아니다. 다양성과 자유로움은 유료방송의 존재이유라는 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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