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젤협약 자본시장 유동성 해칠것”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 산정시 반영되는 자산의 위험 가중치를 신용리스크에 따라 차등화하도록 한 신 바젤협약안의 최종 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은행업계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 은행들이 포함돼 있는 미 증권업협회(SIA)는 신 바젤협약이 은행들의 증권거래 등 자본시장 업무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내용의 서한을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에 제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주식자산 등에 위험가중치가 올라갈 경우 자기자본 부담이 그 만큼 커지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업무를 위축시켜 자본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크게 해치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고 주장했다. 위험가중치가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현재의 바젤 협약에 따르면 주식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신용리스크와 시장리스크를 합해 총 200%가 적용되고 있지만, 새로운 협약안에 따라 신용리스크가 차등화될 경우 이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300~400%까지로 확대된다. 위험가중치 자산에 대한 자기자본금의 비율(자기자본비율) 8%를 맞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자산의 위험가중치가 커진다는 것은 그 만큼 자기자본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SIA는 서한에서 신용리스크를 세분화해 은행으로 하여금 어떤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대출업무를 주로 취급하는 일반 상업은행(commercial bank)에 대한 적절한 규제일 뿐 투자은행 업무에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운영리스크 시스템 구축 등 신 협약안에 포함되는 규제로 인해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게 되며, 이러한 것은 결국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협약안은 잘못된 내부절차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등의 운영리스크까지를 위험가중치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번 SIA의 비판에 앞서 지난 주에는 영국은행가협회(BBA)와 런던투자은행협회(LIBA)도 신 바젤협약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 등에 대해 비난하는 등 신협약에 대한 은행업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어 올 4ㆍ4분기로 예정돼 있는 바젤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신바젤협약= 은행으로 하여금 다양한 리스크를 감안한 적정 수준의 자본금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은행 자산의 부실 위험을 차주의 신용리스크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위원회가 지난 99년 6월 초안을 발표했으며, 위원회는 올 4ㆍ4분기 신협약안을 최종 확정한 후 오는 2006년말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