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활성화, 가능한 방안은 동원"

분배·복지강조 유럽식 경제이론에 호감
재정확대등 내년 경제운용에 영향 줄듯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 순방 과정에서 정치ㆍ외교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무리한 경기 부양을 의미하는 ‘각성제’를 쓰지는 않겠지만, 경기 회복을 위해 ‘뉴딜적 종합투자계획’ 등 가용 가능한 경기 활성화 방안은 동원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순방 과정에서도 끝까지 ‘경기 부양’이라는 단어 대신, ‘활성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인위적인 부양에 따른 과거 정책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지만, 말과 정책이 따로 노는 ‘어정쩡한 정책 방향’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의 리더그룹이 ‘부양’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 과정에서 분명히 짚어볼 또 하나의 대목은 파리 동포간담회 과정에서 표시한 ‘유럽식 경제 이론에 대한 호감’ 이다. 그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확충하는 등 유럽식 복지 정책을 접목시키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와 복지도 중요하다는 참여정부의 철학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해찬 국무총리도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안전망이 약하다 보니까 외환위기 이후에 개인이나 기구별로 국가적 사회적 안전망을 개인 안전망을 찾으려는 심리적인 노력이 많은 것 같다”며 “하위층 특히 차상위 계층에 대해 ‘세심하게’ 보살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민간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부양쪽으로 분위기가 급 전환하면서 집권 기반인 개혁 성향의 여론을 챙기기 위한 차원인 것같다”고 해석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유럽은 사람중심 문화가 정착돼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 “노 대통령은 이런 장점을 흡수하자는 것이지, 돌연 분배위주의 정책으로 돌아서자는 뜻은 아니다”며 정책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언급을 감안할 때 현재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1가구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문제를 점치기도 한다. 내년 시행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는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순방 과정에서 나타난 노대통령의 발언들은 재정경제부가 이달말 내놓을 ‘2005년 경제운용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내총생산(GDP) 추계를 토대로 내년 경제 운용을 ‘부양’으로 할지, ‘중립’으로 할지를 결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적 부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성장률 4~5%가 그리 나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책 도구에서는 재정과 통화 부분 등의 ‘정책 조합(Policy Mix)’을 내년에도 지속하되, 중심은 재정 확대쪽으로 쏠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최근 “내년초에는 예산을 최대한 앞당기고, 하반기에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내수의 급속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 수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적절 수준의 환율 관리도 지속될 전망이다. 노대통령은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환율 공조를 주도적으로 거론했고,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단기간에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환율 변동은 어떤 경제도 지탱해내기 어려운 부담이 있다”며 “정부가 적절히 관리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환율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경기 활성화 방책에도 불구, 순방 마지막에서 언급한 ‘사회적 낙오자에 대한 관리’는 강도를 더욱 높일 공산이 크다. 정부는 국회에 올린 내년 예산안에서 전체 예산 131조원(확대 전 기준)중 복지 부분을 37조원으로 편성, 전년보다 14.4%를 늘렸다. 정부는 성장쪽에 무게를 두었다고 하지만, 어느 해보다 ‘복지형 색채’가 강한 예산 편성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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