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속된 반도체가격의 하락으로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 30만9,000원의 최고가에서 25만6,500원까지 17% 하락한 후 다시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이 종목의 주가향방은 어떻게 될까. 지난주에 보였던 4일연속 하락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어느정도이고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끝난걸까?◇가격하락은 장기호재=64MD 가격은 지난해 연말 8.86달러에서 2월들어 7.29달러로 18%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폭과 정확히 일치한다.
64MD가격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대우증권 전병서(全炳瑞)연구위원은『계절적인 요인이 강하다』며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예년의 경우에도 연말수요가 끝나는 1~2월중에는 가격하락이 되풀이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올해에는 PC메이커들이 지난해 Y2K대비용 메모리를 대량 구매해 재고수준이 높아졌고 반도체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으로 공급물량을 늘린점이 하락폭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64MD값은 당분간 약세가 지속돼 6~6.5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공급부족으로 소폭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가격하락으로 반도체 호황사이클이 더 길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호재로 평가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굿모닝증권 구본준(具本竣)연구위원은『그동안 반도체가격이 너무 높아 업체들이 과다한 이익을 봤다』며 『이는 경쟁적인 재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공급과잉을 초래, 호황사이클을 단축시키는 역효과가 우려됐었다』고 밝혔다.
즉 마진이 줄어들면 후발업체들의 재투자여력이 축소돼 오히려 호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절매는 끝났다=지난주 150여만주(4,300억원)이상을 내다판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이번주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쟈딘플레밍과 ING베어링등 일부 외국증권사는 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내릴 만큼 내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외국인들 입장에서 삼성전자 주가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미국 마이크론사의 주가도 1월초 78달러에서 월말에는 60달러까지 내렸다가 다시 68달러선으로 반등한 상태.
동원증권 전우종(田祐宗)연구위원은 『반도체값 하락에 대해 외국인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외에도 통신단말기·가전·TFT-LCD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 한 부문에서 부진해도 전체 실적은 양호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변수=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이면에 이머징마켓에서 국가별 포트폴리오을 재구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MSCI지수에 대만과 말레이지아의 비중을 높이기로 한 대형 외국계펀드가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다면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추가적인 매물부담을 겪게된다. 하지만 MSCI 코리아인덱스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2.2%포인트 늘어난 26.7%로 상향조정된 점은 호재로 작용한다.
◇애널리스트 전망=LG증권 정승교(鄭承敎)대리는『삼성전자의 주가가 저평가됐음에도 불구 기관의 매수한도가 차버린 점이 주가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추가적인 하락은 없겠지만 급상승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증권 구본준(具本竣)연구위원은 『반도체는 올해도 공급부족』이라며 적정주가를 37만원으로 내다봤다.
이장규기자JK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