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마우로 구일렌 부교수(경영학)는 22일 「기업지배구조와 세계화: 수렴가설에 대한 이론적, 실증적 반론」이란 논문에서 각국의 기업지배구조의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 어떤 경우에서도 기업지배구조가 하나로 수렴화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는 이런 경영환경의 차이로 인해 세계각국은 각기 다른 기업지배구조를 발전시켜왔다면서 미국은 개인주의 기업가정신, 고객만족을 중시하는 문화적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식과 기술집약적인 소트프웨어, 금융, 생명공학 등에서 우위를 보여왔다고 해석했다.
반면 한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거대그룹을 형성시킨 기업구조와 사회조직의 영향으로 자동차, 화학, 가전, 철강과 같은 대량생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구일렌 교수는 설명했다.
대만은 또 소규모 가족기업들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 특유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기계기구, 전자.자동차 부품 등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또 연.기금, 투자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도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기관투자자들이 주식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2%로 1위, 미국이 62%로 2위이며 이어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등이 30∼50%로 중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20% 이하이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상장기업의 주주구성 변화 추이에서도 앵글로 색슨형 국가에서는 개인주주의 소유비중이 매우 높지만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식 법률전통을 따르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개인주주의 비중이 작고 이러한 경향은 90년대 들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비금융부분 기업의 부채비율도 국가별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들었다.
구일렌 교수는 세계화가 기업지배구조를 단일한 모범사례로 수렴시키기보다 기업간 차별화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성장에 적합한 각국 고유의지배구조가 최선의 지배구조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용호기자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