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가 중국 기업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로 투자원금 300억원 전액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최근 연기금 및 공제회의 대체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인력과 노하우 등 제대로 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단행할 경우 빚어질 수 있는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가 담보부 대출 형식으로 300억원을 투자한 중국 인쇄·프린팅 전문업체 펑초이가 지난해 4·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펑초이는 법인이 위치한 버뮤다 대법원에서 이달 초부터 청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군인공제회가 투자원금 전액을 날릴 공산도 크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11년 말 홍콩 소재 투자자문사인 BCA(Bay Capital Asia)를 위탁운용사(GP)로 선정해 'BCA 메자닌펀드'에 300억원을 단독 출자한 바 있다.
IB 업계는 군인공제회의 '비정상적' 자금집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BCA는 정식 운용사가 아닌 신생 자문사에 불과한데 300억원을 단독으로 맡겼기 때문이다. BCA는 2010년부터 연기금과 공제회 등을 상대로 약 1,500억원 규모의 펀드 출자를 추진했지만 우정사업본부 등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했다. 연기금의 한 자금운용 관계자는 "당시 BCA의 인력 규모가 총 4명에 불과하고 별다른 경험이 없는데다 BCA 대표 역시 부정적 평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BCA가 펀드 약정액 전부를 기업 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군인공제회가 허용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BCA는 당초 군인공제회 등에 보낸 투자제안서(IM)에서 "한국·중국 기업 4곳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부실투자를 공제회가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군인공제회는 투자부실이 드러난 지난해 말에야 내부감사에 나서 담당 직원을 1개월 감봉 조치했지만 별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투자한 기업이 일시적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원리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