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반도체 빅딜 장기화] 컴퓨터업계 수출 비상

전자·반도체 부문 빅딜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컴퓨터 업체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27일 한국HP, 한국컴팩, 한국IBM 등 국제구매본부를 운영하는 외국계 컴퓨터업계는 국제구매활동이 차질을 빚어 수십억달러의 수출물량을 타이완 등 경쟁업체에 뺏길 위기에 놓였다. 대기업의 전자·반도체 부문 빅딜이 장기화하면서 이들 업체마다 1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본사에서 타이완 등 경쟁국에 구매단을 긴급히 파견, 업체를 물색하고 있어 빅딜파장이 열흘이상 더 이어질 경우 국내업체들이 수출선을 영원히 잃어버릴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대우전자, LG반도체가 파업사태로 치닫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구매선이 변경되는 것을 막을 만한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해 국내 외국계 업체의 구매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구매선이 변경될 경우 앞으로 2~3년안에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모니터, D램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구매선이 바뀌면 커넥터 등을 수출하는 수백여개의 중소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에 진출한 HP, 컴팩, 필립스, 지멘스, 후지쯔, 델 등은 국제구매본부를 운영하면서 업체마다 매년 10억달러이상의 부품을 국내에서 구입, 본사에 수출해왔다. 이들 부품은 전세계에 진출한 지사를 통해 다시 판매된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한개의 부품을 제때 조달되지 못할 경우 전세계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물론 경쟁업체에 뒤지기 때문에 부품구입에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지사마다 자국의 물품을 본사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시간을 쏟아붇고 있다. 국내 진출 다국적기업의 경우 국제구매단을 통해 수출하는 부품이 연간 70~8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탈출하기 위해 수출총력전을 벌이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들여 잡은 수출선마저 잃게 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달동안에만 2억달러 상당의 부품을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입선이 아예 바뀌게 되면 그 피해가 수십억달러에 달하게 된다』고 말했다.【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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