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4> 엔터테인먼트

美 유학 '정통파' vs 재야출신 '실력파'
김형진 변호사- 로스쿨 거친후 LA소재 로펌서 활동··· 국내영화 해외계약 자문 등 주로 맡아
최승수 변호사-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실형까지 받아··· 연예인 계약·스크린쿼터 관련자문도

최승수 변호사

김형진 변호사

‘엔터테인먼트 법’은 최근 변호업계에서 가장 뜨는 분야 중 하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연예산업이 성장하면서 ‘연예인 대리 변호사’가 아니라 ‘연예산업 변호사’가 자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번트 법률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변호사를 만났다.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진 변호사(미국변호사)와 법무법인 지평의 최승수 변호사(사시 35기). 이 둘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1세대 변호사와 톡톡 튀는 신세대 변호사의 허리쯤에 위치한 중견 변호사들로 통한다. 둘 다 486세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 명은 미국 변호사로서 철저한 비즈니스 변호사로서 문화산업에 접근해왔다면 다른 한명은 ‘재야 변호사’로서 “재미 있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486, 격동의 대학생활= 인기 코미디언 고(故) 김형곤씨의 동생인 김형진씨는 형과는 달리 ‘범생과’ 학생이었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데 형님의 영향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형님과는 노는 물이 달랐다”며 웃었다. 모범생답게 성적이 좋았던 그는 대원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81학번)에 입학했다. 그는 “70년대 우리나라가 고도성장 하면서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종합상사에서 일하며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경영학과를 진학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대학생활은 그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변호사는 “학생운동으로 4년을 보냈다”며 “졸업하고 나니 경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 했다. 최승수 변호사 역시 만만치 않게 ‘무거운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는 학생운동으로 인해 실형전과까지 얻었을 정도다. 6.29선언 때 사면 복권됐으나 이 경력은 검사가 되려고 했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성적은 합격선을 넘었으나 면접에서 떨어지고 만 것. 그는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던 시절이었다. 제도권 안에서 정의를 실현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판단해 검사를 지망했으나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엔터테인먼트 로이어의 길로= 유학길에 오른 김형진 변호사는 이후 정통 비즈니스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UCLA에서 MBA를 마치고 P&G에 입사해 전략기획실에서 글로벌 경영전략을 짜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깨닫고 다시 로스쿨에 진학하면서 비즈니스 로이어의 정도를 밟았다. 이후 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인 LA에 위치한 로펌에서 일하면서 음악, 영화,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업무를 접하게 됐으나 이 분야에 발을 담근 결정적인 계기는 스크린쿼터 협상이었다. 김 변호사는 “IMF사태 이후 한미투자협정을 맺을 당시 우리측 협상 대표단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스크린쿼터를 지켜내는데 온갖 이론적인 사투(死鬪)를 벌였다”며 “이것이 인연이 돼 영화진흥위원회 고문 변호사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진위 해외법률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사, 영화사 등의 해외 계약 자문을 주로 맡아서 했다. 그는 “해외판매계약서를 잘못 써서 로열티를 한푼도 못 받거나 수출국의 법령을 알지 못해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영문계약서 쓰는 일부터 비즈니스 상담까지 영상산업에 관한 다양한 법률 자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제법률대학원 교수(지적재산권 분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부위원장, FTA 자문위원 등 문화산업과 관련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최 변호사는 모 연예인의 법률대리를 맡은 것이 인연이 돼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지적재산권, 상표권, 명예훼손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는 보다 ‘인문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껴 재미삼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활동에 재미에만 머무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그는 박중훈, 김윤진, 데니스오, 장서희씨 등의 계약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맡기도 했다. 또 ‘여우와 솜사탕’ 표절 사건, 이중섭, JMS 관련 방송금지가처분 사건 등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현재 그는 대한상사중재원 엔터테인먼트 분야 중재인, 영진위 규정심의 소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한미 FTA 대책소위에서 활동하면서 스크린쿼터 사수에도 앞장서고 있다. ◇“문화산업, 투명해져야” 쓴 소리 = 두 변호사가 보는 엔터테인먼트 법률 시장에 대한 평가는 비슷했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 최 변호사는 “아직까지 ‘형 아우 하는’ 도제식 문화가 지배적이어서 수십억원짜리 계약을 하면서도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는다. 아직까지 국내 문화산업이 계약, 투자, 협상에 있어서 법률가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아닌 관행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 역시 “대기업이나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문화산업에 투자를 꺼리는 것은 바로 불투명성이 한 몫하고 있다”며 “국내 문화산업의 부흥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기 않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폐쇄적인 문화사업의 문화를 바꾸고 법률가, 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의 진출을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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