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이틀째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는 20일 오후 고려대에서 `신세기의 한일관계, 새 역사의 창조'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한반도의 대립구조를 평화적인 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 일본은 북한과의관계개선을 도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오부치총리는 이날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병관(金炳琯) 고려중앙학원이사장(동아일보 회장), 김정배(金貞培) 고려대총장 및 정세영(鄭世永) 고려대 교우회장(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교직원과 학생 등 약 6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남.북한, 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지역의 신뢰조성 및 긴장완화를 위해 (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의 개최도 장차의 과제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 유럽은 단일통화가 이뤄져 경제면에서의 통합이 착착 진행중이지만 이러한 유럽통합도 50년전까지는 단지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했다"며 " 21세기에 한일양국이 중심이 돼 유럽연합에 필적할 자유무역권을 만드는 `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부치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에 있어 최대의 당면과제는 북한문제"라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용의가 있음을 거듭 밝힌 뒤 "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개발 의혹을 불식하지 않고 또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개발,배치,수출도 중지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불안과 우려를 안겨주는 상태에서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관계를 수립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한일어업협정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 유엔 해양법에 따라 한일간에 새로운 어업협정이 필요했고 (최근의 협정이) 유익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학생 약 150명이 한일어업협정 폐기 등을 주장하며 인촌기념관 대강당에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를 받자 정문앞에 드러누워 한때 농성을 벌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