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갈등을 틈타 국제에너지 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악화된 미·러 관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3,310만톤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전년보다 36%가량 늘어난 규모다. 반면 OPEC의 좌장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4,967만톤으로 전년대비 8% 줄었다. 사우디 원유 수출국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지난 2013년 19%에서 지난해 16%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데는 정치·경제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가 송유관을 통해 육로로 운반된다는 점에서 OPEC의 원유를 들여오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촉발되는 러시아 경제위기가 중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WSJ는 중국 안보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 경제 악화가 중국으로 전이될 경우 둔화세를 보이는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과 차관 제공 등을 통해 러시아 경제 붕괴를 막아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한 견제책으로도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가 유용하다. 동북아 4강 가운데 한 축을 맡은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포위망에 틈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수샨트 굽타 우드맥킨지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러시아 석유 수입이 오는 2020년에는 5,000만톤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