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수사의 칼날이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로 방향을 바꿈에 따라 칼날의 최종 희생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양재동 연구개발센터 증축과 관련, 건교부는 도시계획 관련 규칙까지 고쳐가며 현대차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며 서울시는 3년 이상 답보 상태였던 증축 관련 허가를 단 3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의혹을 자초했다. 28일 건교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지난 2004년 12월3일 건교부 법규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양재동 부지에 연구시설 증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2001년 10월부터 증축을 추진해온 현대차는 본사 건물이 유통업무시설이어서 연구시설을 증축하는 게 사실 불가능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규칙 개정에 따라 유통업무와 관련된 부대시설로 연구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서울시는 이듬해인 2005년 1월15일 건교부 규칙 개정안을 받아들였으며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승인했고 이후 3개월여 만에 건축 허가까지 내줬다. 이에 따라 검찰은 건교부의 규칙 개정과 서울시의 도시계획시설 변경 등의 과정에 로비스트 김재록씨가 관계 공무원들과 접촉하며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에 양재동 연구센터 건립을 추진했던 LG전자는 현대차와 달리 2004년 하반기부터 도시계획시설 용도 자체를 변경(유통업무시설→일반연구시설)하는 작업을 1년6개월째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처럼 유통업무설비의 부대시설로 연구소를 짓는 편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인 용도변경 절차를 거치고 있어 현대차 로비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건교부와 서울시는 의혹의 화살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건교부는 “규칙 개정안에 유통업무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은 서울시”라며 의혹의 화살을 서울시로 돌렸다. 건교부가 먼저 나서서 관련 규칙을 고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건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교부는 1~2년에 한번씩 각종 규칙을 고치는 과정에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한다”며 “그 과정에서 2004년 5월7일 서울시가 관련 규칙을 고쳐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건물의 증축을 허가하는 것은 승인권자인 서울시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건교부의 규칙 개정에 따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현대차 연구센터 증축을 허가했으며 건축 허가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또 현대차 사옥이 유통업무설비의 부대시설로 적합한지에 대해 “자체 검토와 건교부 문의를 거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준공검사 때 다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초구도 현대차 연구개발센터의 용적률을 250%에서 400% 이상으로 확대함으로써 현대차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차 연구센터 건물은 용적률 406.2%로 증축 허가를 받았다. 한편 의혹의 초점이 된 현대차 본사 증축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양재동 사옥에 터를 잡은 뒤 사업에 승승장구하면서 본사 건물에 대한 애착은 갈수록 두터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연구개발센터가 전국에 산재해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양재동 사옥을 쌍둥이 빌딩으로 증축해 핵심 사업과 연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