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기존 100층 이상이던 층수 제한을 50층 이상 ~100층 이하에서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랜드마크 부지에는 100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그동안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사업을 조기에 재개하기 위해서는 층수 규제를 풀어 사업성을 높임으로써 투자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DMC 랜드마크 사업 재개를 위해 기존 층수 제한을 100층 이상에서 50층 이상~100층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하고 이달 중 열리는 DMC자문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DMC자문위원회는 랜드마크 사업 재개를 위한 첫 실무절차다. 서울시는 다음달 중 층수 완화 방안을 최종 확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사업자 모집공고를 늦어도 오는 3월 중에 낼 계획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내부에서도 층수 제한을 완화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의견이 있지만 굳이 100층 이상이어야만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가 부담스러워하는 100층 이상의 층수 제한을 고집하면 부지매각이나 새 사업자 선정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부지는 호텔 등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100층 이상을 오피스텔로 채울 경우 공실률 우려 등 사업성이 낮아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사업자 모집공고 때 층수 규정을 '100층 이상'이 아닌 '초고층'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초고층의 개념은 50층 이상으로 돼 있다. 결국 사업자가 '50층 이상'의 빌딩을 제안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달 중 DMC자문위원회의가 열리면 층수 완화 등을 포함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며 "서울시 안은 마련돼 있고 자문위와 DMC실무위·DMC기획위 등을 거쳐 2월 중에는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층수 완화 입장으로 급선회한 것은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업체인 뤼디그룹이 투자의향서를 체결하면서 투자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뤼디그룹이 참여의사를 밝힌 만큼 층수 완화 등 입찰조건을 유리하게 해 다른 업체들도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하면 더 높은 가격에 부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층수 완화와 함께 사업자 선정 평가기준도 개선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100층 이상을 제안한 사업자가 유리하도록 층수 항목에 평가배점을 많이 할애했다면 이번에는 배점비율을 낮춰 100층 이상의 초고층을 제안해도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층수를 낮게 제시하면 비례적으로 매각가격 평가 배점을 늘려 층수보다는 높은 매각가격을 써내야 사업자 선정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을 새로 구성해 DMC자문위 등에서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랜드마크 부지 1차 매각 때는 100층 이상으로 층수를 제한해오다 이제 와서 이를 완화하면 특정 업체에 유리해질 수 있다며 랜드마크 부지 성격상 일관성 있게 100층 이상으로 층수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층수 제한 완화를 놓고 DMC자문위원회 등에서 찬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DMC 랜드마크 부지 개발은 지난 2008년 서울라이트타워 컨소시엄이 133층의 건물 높이를 제시해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토지대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면서 무산돼 지금까지 표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