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계 6위의 대형 카드회사로 성장한 LG카드를 세계 초일류 카드회사로 키우고 나아가 국민과 시장에 봉사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을 약속합니다.” 지난해 말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렸던 LG카드가 올들어 지난 3ㆍ4분기까지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자 박해춘(57ㆍ사진) 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LG카드를 이제 국민경제의 골칫거리가 아닌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카드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장직 제의를 받아 취임할 때까지 한달 가까이 LG카드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밤잠까지 설쳤습니다. 병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근거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는 회사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사장은 처음 LG카드를 맡았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1년6개월 동안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6조원의 어마어마한 부실을 안고 있던 회사를 흑자회사로 만든 것은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박 사장은 “당시 조직 시스템 구조조정과 철저한 채권추심만이 LG카드의 살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채권추심을 강화하고 마케팅을 우량고객 위주로 벌이자 연체율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취임 6개월 만에 175억원의 순익이 났다. 이 같은 구조조정 효과가 점점 나타나 순익규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LG카드는 이제 연체율 한자릿수, 실질회원 965만명의 우량 카드회사로 거듭났다. 올해 말까지 사상 최대의 순익을 기록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박 사장은 “채권금융기관들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임직원이 똘똘 뭉쳐 노력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 같은 이익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내년, 내후년에도 탄탄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LG카드의 회생이 기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파산 위기까지 갔던 회사가 짧은 기간에 부실을 털고 3ㆍ4분기 누적순익 1조원을 넘어선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과거로 돌아가봅시다. 부임할 당시 LG카드는 한달에 수천억원이 들어가고 금융시장에도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제게 부과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잠을 못 잤습니다. 사장 내정에서 부임까지 한달 동안 LG카드가 어떻게 깨졌는지 철저하게 분석했습니다. 서울보증보험에 근무했을 때의 회생경험 등을 고려해 맥을 잡아나갔습니다. 근원적인 치료 없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병이 재발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명의는 병의 근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기응변적 대응보다 근원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LG카드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방법)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속전속결로 구조조정을 감행했습니다. 인적 구조조정이 아닌 상품ㆍ시스템ㆍ관리 부문을 구조조정한 것이지요. 이 같은 구조조정에 힘입어 빨리 턴어라운드한 것 같습니다. 당시는 LG카드의 부실이 전 카드업계의 부실보다 컸던 때입니다. 카드사의 핵심은 추심입니다. 철저한 회수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빠집니다. 그동안 LG카드는 삼성ㆍ현대카드와 달리 추심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바람에 채권변제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채권추심은 외부에 용역을 맡겼는데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채권추심 업무를 LG카드로 가져오고 전에 근무하던 서울보증보험에서 채권추심 전문 인력을 데려와 이들을 전진배치, LG카드의 채권추심 업무를 맡겼습니다. 카드사의 부실을 일으킨 문제로 길거리 발급 등 무분별한 발급을 지적하는데, 사실 발급장소는 큰 문제가 아니고 신용심사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취임해서 집중한 또 다른 사안은 신용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신용심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신용평가(CBㆍ크레딧뷰로)회사를 만드는 데 앞장섰습니다.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협조를 구했습니다. 그래서 2004년 5월7일 신라호텔에서 개인신용평가회사인 한국개인신용(KCB) 발기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KCB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이용해 개인들의 신용 스코어링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무분별한 카드 발급도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회사 회생의 맥을 잡는 것을 사장이 직접 결정한 뒤 추진하자 취임 6개월 만인 2004년 9월 175억원의 이익이 났습니다. 점점 이익규모도 커지고 연체율이 떨어지는 등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채권은행단이 돈을 대줬기 때문에 살아났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시장에서는 채권은행단이 돈을 풀어 부실을 털어줬기 때문에 LG카드가 살아났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은 이해하지만 LG카드가 살아난 것은 근원적인 치료를 하고 직원들이 영업에 매달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LG카드가 올 들어 올린 이익규모는 LG카드 창립 18년 동안 가장 많습니다. LG카드 부실이 나기 전 가장 큰 연간 순이익이 6,500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해 후에 6조원의 부실을 냈지요. 취임한 지 1년 반 동안 카드업계도 많이 변했습니다. LG카드의 경우만 해도 우량회원 중심의 강력한 마케팅을 벌일 결과 실질회원 965만명, 가맹점 190만점, 총자산 11조원을 보유한 카드사로 다시 성장했습니다. 플래티넘 카드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며 연구비 카드는 시장점유율이 97%에 이릅니다. 카드회사는 시스템이 곧 경쟁력입니다. 시장에서 LG카드를 폄하하는데 그건 압니다. 특별이익이 7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1조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임직원의 노력이 모여 이익이 나는 것입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탄탄한 이익이 계속될 것입니다. 취임 당시에는 2위였지만 지금은 LG카드가 가맹점이나 시장점유율에서 어느 카드사보다 앞서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근원적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 프로그램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LG카드 매각에 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요. ▲답변하기 거북한 질문입니다. LG카드 매각은 산업은행의 주관하에 채권금융기관들이 하는 일입니다. 이런 카드회사를 하나 만들려면 100년은 걸립니다. LG카드는 취급액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카드사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초일류 법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수자가 인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LG카드 직원들의 맨파워를 생각해서 이들을 데리고 회사를 잘 키워나갈 수 있는 인수자가 필요합니다. 이런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인수자라면 외국계이건 국내기관이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채권금융기관들의 입장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어려웠을 때는 LG카드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 내년 LG카드의 경영비전을 말씀해주시지요. ▲초일류 카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G카드는 취급액 규모로 세계 6위의 저력 있는 회사입니다. 이제는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민원도 더 줄이겠습니다. 국민과 시장의 도움으로 살아난 만큼 국민과 시장에 서비스로 보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고객군별로 체계화해 다른 카드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우리가 규모는 크지만 아직 서비스 수준은 선진 카드사들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선진 카드사를 벤치마킹하겠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이익은 많이 날 것입니다. 올해의 시너지 효과가 내년, 내후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고객에게 보답한다는 차원보다는 고객에게 가까이 가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전략ㆍ예산을 짜는 직원들에게 2006~2007년은 올해와 같은 전략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사실 올해 순이익이 1조원을 넘겠지만 처음 취임했을 때보다 더 긴장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취임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조직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조직의 변화도 컸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임직원이 ‘고객지향의 사고’를 가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채권회수뿐 아니라 영업ㆍ상담 등 전분야에서 고객중심 경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채권회수에서 고객불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인 회수를 유도하는 ‘감동회수’를 전개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현재는 정착되어 민원이 대폭 감소하면서도 회수율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영업도 고객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별 맞춤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상품개발 단계부터 ‘불완전 상품’이 없도록 해 민원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있습니다. -우량회원 확보가 카드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우량회원 확보 등 장기성장기반 전략을 소개해주시지요. ▲LG카드는 9월 말 현재 플래티넘 카드 회원 수가 51만명에 이르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우량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 리볼빙 서비스, 주택담보대출, 공공카드 등 신규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문직 하이클래스 회원 등 신규 우량회원 확보에 주력하고 회원 성향에 적합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별 맞춤 마케팅을 적극 전개함으로써 기존 우량회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리볼빙 서비스와 주택담보대출, 현재 9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공공카드 시장 분야도 지속적으로 공략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신규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예정입니다. 1년6개월만에 부실6兆업체 1兆흑자로…'구조조정의 달인' 그 명성 그대로 박해춘 LG카드 사장에게는 '배짱과 뚝심의 경영자'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그동안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전환시킨 성과를 시장과 업계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화재 시절 그 복잡하다는 보험계리 업무와 보험 마케팅 분야에서 명성을 날렸다. 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때로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를 쫓아가기에 지친 부하직원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한번 옳다고 생각한 것은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후 20조원 가량의 부실덩어리를 안고 있던 서울보증보험을 맡아 5년 만에 우량회사로 탈바꿈시키며 '기업회생의 전문가'라는 별칭도 얻었다. 당시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모 외국계 보험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지만 직원들과의 의리 때문에 거절했던 일이 아직도 서울보증보험에서 회자되고 있다. 프로로서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지난해 3월 침몰 직전이었던 'LG카드호'의 선장으로 취임한 일. 부실만 6조원에 달했던 LG카드를 부임 1년 반 만에 연간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우량 금융회사로 만들어놓았다.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박 사장은 LG카드 사장으로 내정되자마자 문제점 찾기에 나섰고, 취임과 동시에 발 빠른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는 취임 당시 LG카드의 맨파워가 업계 최고임을 알고 무조건적인 인원감축을 지양하는 대신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데 주력했다. 박 사장은 단순한 채권회수만 추구하지는 않았다. 지금의 연체자도 나중에는 다시 고객이 된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민원을 줄이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가며 감동을 일으켜 돈을 받는 박 사장식 '감동회수'에 전력했던 것. 이 같은 노력 끝에 LG카드는 박 사장 취임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월별 흑자를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 이후 22개월 만이었다. 올해는 이미 3ㆍ4분기까지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1조 클럽' 회원이 됐다. 박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채권금융기관과 LG그룹으로부터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됐으니 이제 공은 우리에게 돌아왔다"며 "외부 지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며 정상화를 완성하는 최종적인 책임은 임직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약속을 지켰다. 박 사장은 업무에서는 불도저처럼 강한 추진력을 보이지만 직원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까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수시로 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보내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한다. 올해 초에는 과장 승진자 부부를 동반 초청해 격려하는 행사를 연 것은 물론 직원들의 결혼기념일에는 직접 축하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추석 때는 전직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귀성을 기원하는 휴대폰 음성 메시지를 깜짝 선물로 보냈다는 후문이다. 얼마 전 창립기념일에는 근속자 및 공로자ㆍ모범자 221명에게 일일이 표창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표창장을 주며 이날 하루만도 무려 221번이나 악수를 한 셈이다. 그의 경영성과는 LG카드의 주가가 말해준다. LG카드 주가는 그가 취임한 후 감자와 증자 등을 거치며 3월22일 3만1,500원으로 재상장, 지난주 말 현재 5만1,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8개월 만에 무려 64.13%가 상승한 것. LG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금융시장도 임직원들도 모두 박 사장에게 'A+'라는 경영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약력 ▦48년 충남 금산 출생 ▦대전고, 연세대 수학과 졸업 ▦75년 국제화재 장기업무부 ▦77년 안국화재 기획조사실ㆍ상품개발팀ㆍ보험수리실 ▦92년 고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93년 안국화재 이사 ▦93년 삼성화재 기획 및 마케팅 담당 이사 ▦98년 삼성화재 마케팅 담당 상무이사ㆍ강북본부장 ▦98년 서울보증보험 사장 ▦2004년 3월 LG카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