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서울 동시분양 1순위에서 최근에 볼 수 없었던 최악의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도봉구 등 관심을 끌지 못한 지역의 신규분양이 대부분 미분양 사태를 빚어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5ㆍ23조치 후 투기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전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 미달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치솟는 분양가, `미달 지름길`= 분석결과 6차 동시분양 1순위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나타난 단지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 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LG건설이 분양한 `청암동 LG자이`. 이 곳은 이번 동시 분양 중 유일하게 한강 조망이 가능, 관심을 끌었지만 높은 분양가 때문에 69ㆍ75ㆍ82 평형이 대거 미달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1,944만원. 이는 용산구 전체 평균보다 600만원이나 높다. 가장 작은 54평형 조차 이 지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염리동 LG자이 57평형(한강조망)보다 2억원 이상 비쌌다.
전 평형이 미달된 평창동 `평창 벽산 블루밍`도 대형평형으로만 구성된 데다 분양가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64평형이 10억2,900만원으로 인근 50평형대의 2배 가격에 달한다. 9개 평형 중 8개가 미달된 `쌍문동 파라다이스빌`도 주변보다 분양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분양가가 낮은 곳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구로구 항동 `현대홈타운`의 경우 교통과 편의시설 부족 등에도 불구, 분양가가 인근시세와 비슷해 실수요자들이 몰렸고 최고 4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 고공행진 제동 걸릴 것 = 올 들어 분양가가 가파른 상승을 지속한 것은 신규 아파트 공급원인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이 자신들이 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그 부담을 분양가에 전가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도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에 이익을 많이 남기는 조건을 제기하거나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소비심리를 이용해 높은 이윤을 추구해온 것도 분양가 상승의 원인. 실제 L사의 내부 관계자는 “일선 사업팀에서 무조건 따내고 보자는 식으로 재건축 조합이 제시하는 터무니 없는 조건을 받아들이다 보니 분양가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동시분양을 기점으로 `비쌀수록 잘 팔린다`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분양가 고공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안정정책으로 시장이 안정되고 당분간 투기 요인이 사라지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황선옥 이사는 “미달 사태는 소비자들이 냉정하게 판단,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를 외면한 결과”라며 “앞으로 재건축 후분양 등으로 인해 조합과 건설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분양가를 높이는 일은 줄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