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권다툼에 애꿎은 소비자만 골탕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백화점과 카드사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롯데측이 삼성카드의 결제를 기피한 지 4일 만인 지난 12일 삼성카드가 반격의 칼을 빼들면서 양측의 감정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의 결제기피 이후에도 지속돼온 삼성카드와의 협상이 13일 전면 중단됐다.
양측이 제시하는 각종 명분에도 불구, 이번 분쟁은 이권다툼 성격이 명확한데다 재벌간 기싸움으로 흐를 공산이 커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될 전망이다.
◇반격 나선 카드사
삼성카드는 12일부터 최근 롯데백화점을 이용한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타백화점 이용시 이용금액의 5%를 할인해주겠다고 통보했다.
삼성카드의 이번 결정으로 롯데백화점의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한편 삼성측도 상당한 비용부담을 안게 됐다.
양측 모두 감정의 골이 깊어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성카드측은 롯데백화점의 위법행위로 자사 회원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어 고객보상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할인 서비스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속해 있는 여신금융협회도 14일부터 신문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백화점측에 요구하고 나설 방침이다.
◇백화점 입장
롯데백화점은 일단 삼성카드의 조치에 대해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에서 삼성카드로 일어나는 매출이 전체의 3~3.5%에 불과한데다 자사카드 등 타카드의 사용이 늘어 실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선대 롯데백화점 과장은 "삼성이 감정적으로 나온다면 다른 카드사와 행사를 하거나 롯데카드 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가 행사를 하자고 하면 관심 있어 하는 카드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또 현대백화점에도 칼을 들이댔다. 삼성이 추가할인 서비스 제외대상을 롯데에서 현대로 확대한 것.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
국세청ㆍ금융감독원 등 관련 정부기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9일부터 매일 수십건의 소비자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백화점의 카드결제 거부가 위법이라며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과 카드사를 비난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특정 신용카드의 대금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백화점들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카드사들에 대해서도 가맹점과의 협의를 통해 수수료율 인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의 신용카드 결제거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규정에서 정하는 가맹점 준수사항 일부를 위한할 소지가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임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