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상설 경제정책 조정 협의기구 설립 추진은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정책 조율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국회가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른 지리한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정책을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 나라경제 살리기에 본격 나서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각종 경제개혁 입법과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국회 관계, 당정협의회, 정당개혁 등에도 일대 변혁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 상설 협의기구 설치 구상은 국회가 지난 8일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기 위해 주최한 국민경제 대토론회 직후 박관용 국회의장 지시로 나왔다. 박 의장은 당시 “극도로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데는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회 안에 상설협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구체적인 협의기구 설치 방향을 마련했다. 경제정책협의회는 국회가 적어도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당파를 초월해 순전히 경제논리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그동안 원내 정책조정 창구가 없어 정치권의 이해대립과 각 상임위간 영역다툼으로 효율적인 입법기능을 하지 못해왔다. 원내 의사진행에 대해서는 여야 총무협의회가 전담하고 있으나 정당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치적 사안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총무협의회를 통해서는 사실상 생산적인 원내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국민의 정부 때 서너 차례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 경제정책 협의회는 핵심 경제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 바람직한 국회상을 보여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지난달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첨예한 갈등을 보인 노사 대표를 불러 3일간 중재, 주5일제 입법의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바로 이런 점들이 경제정책협의회 설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특히 국회 경제정책협의회 추진은 최근의 정치환경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주목된다. 집권당이면서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민주당이 신당추진으로 분당위기에 있는 등 정치권 재편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등거리 관계를 유지하면서 초당적인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 각 행정부처도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협의회 설치는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원내 정책중심의 정당화 등 정치개혁을 촉진하고 여야관계,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와 국회관계를 소모적인 대립관계에서 생산적인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정책협의회가 당초 기대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론에 따른 법안처리를 추구하는 여야 정책위 의장이 경제정책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의원들의 원내 정책활동이 소속 정당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는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각 상임위간 마찰을 조정하기 쉽지 않은 점도 경제정책협의회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