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객이 `왕`으로 취급 받던 시대는 지났다.
일반 서민에게는 서글픈 일일 수 있지만 고객의 자산과 구매력에 따라 철저한 서비스의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거액 예금자를 유치해 안정적인 자금조달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부자 마케팅`이 최근에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금융권 부자마케팅의 선봉에는 바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가 있다. 올해 들어서는 그동안 PB시장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등의 시중은행들이 이 시장에 신규 진출했다. 거액 금융자산 고객 20%가 은행 수입의 80%를 좌우한다는 이른바 `20- 80법칙`에 따라 은행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위해 시장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들은 신흥 부자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강남구 도곡동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국민은행이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무려 170억원의 임차보증금을 내고 PB센터 본점을 여는가 하면 하나은행은 아예 도곡동에 건물을 하나 사서 들어갈 예정이다. 조흥은행도 기존점포 외에도 타워팰리스 근처에 1개의 점포를 더 낸다는 계획이고 한미은행은 유학센터 등을 개설해 고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한편 부자 고객들의 고급스러운 입맛을 맞추기 위한 특화 서비스 경쟁도 한창이다. 각종 세무ㆍ법률상담은 물론 고객의 경조사까지 때맞춰 챙겨주는 등 PB센터는 부자고객들의 개인비서 역할가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PB고객이나 그의 친척이 상(喪)을 당하면 캐딜락 리무진을 운구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 자녀의 돌잔치와 입학ㆍ졸업 등 각종 경조사를 챙겨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서비스를 해준다.
외환은행은 최근 신규진출한 PB사업점 내부를 우리나라의 전통한옥 모양으로 만들었다. 소득 수준이 높은 부자들일수록 문화적인 욕구가 높고, 전통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PB센터에 바로 들어가면 앞마당을 상징하는 자갈마당이 펼쳐지고 사랑채와 안채, 별채 등의 구조가 펼쳐져 고객들에게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각종 특화 서비스로 부자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PB서비스 경쟁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esa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