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법인 "결산 갈등"

"손배소 우려" 엄격한 심사에 "실적 악영향" 반발>>관련기사 12월 말 결산기업의 보고서 제출기한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기업실적을 높이려는 기업과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하려는 회계법인간의 마찰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최근 손해배상청구소송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감안, 회계법인들이 리스크 부담을 꺼려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낼 가능성이 높아 양자간의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잇따른 벤처비리와 메디슨 부도라는 이중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회계법인들은 벤처기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회계감사를 하겠다고 벼르고 벤처기업들은 무리한 감사기준을 적용하면 기업실적을 크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다음달까지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금감원 전자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선급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을 비롯해 연구개발비에 대한 자산처리, 자회사 평가손익, 재고자산 평가 등을 놓고 이전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요구하는 회계법인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충당금 비중을 상향 조정하고 연구개발비를 자산처리하는 대신 비용처리할 경우 코스닥기업은 매출과 순익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 현재 코스닥 등록기업 766개사 중 12월 결산법인은 692개로 전체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올해 코스닥 등록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격을 받아야 하는데 까다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순익이 줄어들어 공모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올해 코스닥 예비심사청구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400여개에 달해 회계업무를 둘러싼 마찰이 가열될 전망이다. 더욱이 일부 창투사들은 지분 출자한 벤처기업을 올해 코스닥시장에 등록시키고 자본차익을 거두기 위해 매출과 순익 부풀리기를 요구, 대립양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높은 상장기업의 경우에도 의견충돌은 적지않은 편이다. 매출채권의 가공성이나 회수 불가능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는가 하면 유가증권을 투자목적으로 넣느냐 아니면 상품목적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감사보고서를 다시 발행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또 코스닥 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비상장 자회사 주식의 가치평가와 관련,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흔히 목격되고 있다. 올초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인터넷 업체 M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까다로운 회계감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며 이전에 가매출로 인정하던 것을 실제 공급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매출실적으로 아예 잡아주지도 않는다"며 "일부 벤처기업들은 현금통장ㆍ가지급금ㆍ재고자산 등에 대해서도 일일이 자료제출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적정ㆍ한정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안건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도 "집단소송제 도입 가능성 등으로 부실 회계법인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가 상존하는 등 벤처기업 심사를 최대한 엄격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개인별 심사기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는 등 내부규제도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온종훈기자 jhohn@sedc.co.kr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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