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변화 버전 2.0] 전자, 제일모직·물산 합병 후 지주사 전환 주목

■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중간금융지주사 도입하면 순환출자해소 등도 마무리
법적 문제가 발목 잡을 땐 추가개편 없이 승계 분석도


삼성그룹의 1단계 변신이라 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제일모직 상장과 함께 큰 윤곽을 잡은 셈이다.

올해는 삼성의 모태기업이기도 한 삼성물산이 개편 마무리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모직이 물산과 합병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우고 삼성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 등 법적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경우 추가 개편작업 없이 이대로 승계 절차가 끝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그간 개편작업에서 소외돼 있던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지분이 40%를 넘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 3.51%를 쥐고 있는 물산이 합병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삼성SDS와 삼성전자 합병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자·SDS 합병은 SDS 주식을 전자 주식으로 탈바꿈시켜 오너 일가의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도 11.25%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의 마지막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시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일가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계열사가 지주회사를 통해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최대 14%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3세 후계구도 정리도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예상되는 작업이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남매가 지주회사를 통해 각자 맡은 사업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말 이서현이 맡은 제일기획 지분이 15년 만에 삼성전자로 옮겨간 것도 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호텔신라의 지분이 삼성전자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입원 전부터 추진해온 순환출자 해소와 금융·산업 분리 강화는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다. 재작년 말 50여개에 달하던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상장, 소수지분 매각, 합병 등을 통해 지난해 말 10개까지 줄었다.

삼성은 올해 말까지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계획이다. 금융계열사들도 지난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정리된 상황이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5%를 매각하면 금산분리작업이 완성된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매각을 최장 5년간 유예해주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 일가의 세금 부담만 줄여줄 것이라는 야권의 반대 속에 통과가 불투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그대로 물려받고 수조원의 세금을 내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법 개정 이슈 외에도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오너 일가의 노력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선대 지배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막대한 세금을 감수하는 방안도 현재로선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병을 결정했다 주주들의 반발로 실패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다시 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양사 간 합병은 플랜트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진척과 상관없이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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