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액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투자이민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 EB-5'로 불리는 미국 투자이민 승인을 받은 외국인의 대다수가 중국인인데다 투자 자금의 3분의1가량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은 호텔과 카지노 사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제도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극소수의 부유층 중국인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투자이민제도 정보제공단체인 IIUSA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발급된 'EB-5' 비자 건수가 총 1만692건으로 지난 1990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EB-5 투자이민 승인을 받으려면 미국에 50만달러(약 5억9,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10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승인을 받은 신청자와 일부 가족에게는 미국 영주권이 부여된다. 이 제도는 2005년까지도 거의 활용되지 않다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외국자본 유치 수단으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고 WP는 설명했다.
문제는 EB-5의 혜택이 특정 국적의 부유한 외국인과 미국 내 특정 사업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WP에 따르면 2013년 현재 EB-5 승인을 받은 사람의 85%가 중국인이었으며 이 제도를 통해 미국에 투자된 돈 가운데 3분의1은 호텔이나 카지노를 짓는 데 쓰였다. 미국 호텔·카지노·식품서비스업 직원들의 이익단체인 유나이트히어의 아이삭 온티베로스 연구원은 이 제도가 "1%의 소수와 부동산 개발업종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은 투자이민으로 조성된 자금이 농촌 등 저소득 지역에도 혜택을 줘야 하며 국가안보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민자에 대한 심사절차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