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마음은 '슈퍼맨' 현실은 '골골맨'… 남성갱년기, 호르몬 보충 개선을

이웅희 동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최근 남성들이 주인공이 된 육아·요리 예능 TV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인기를 끌면서 남성들의 역할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남자 셰프들이 등장해 뚝딱 요리를 내놓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요리 잘하는 남편'에 대한 로망이 자리잡고 20대 딸과의 친밀한 대화가 불편한 아빠들이 등장해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는 방송도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좋은 아빠' 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중년의 남성은 신체적으로 '슈퍼맨'이 되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골맨'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의 변화가 심리적·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제 환자들 중에는 50대로 접어들면서 우울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거나 피로감이 심해지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몇 주 이상 계속된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하는 것이 좋다.

남성 갱년기는 무기력한 기분이 지속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짜증과 우울감이 밀려오는 것이 특징이다. 신체적인 증상도 생겨 발기부전·성욕감퇴 등 성기능 저하도 나타난다. 남성 갱년기는 남성호르몬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남성호르몬은 35세를 기점으로 1%씩 서서히 감소해 60대가 넘어가면 30대에 비해 70%밖에 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로 40~50대부터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남성 갱년기가 성기능과 감정적인 부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일어날 수 있는 근육량과 근력감소, 피부노화 등 신체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골다공증, 기억력 감퇴,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이 높아 남성 갱년기는 전신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갱년기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남성 갱년기는 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갱년기 증상이 있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 이하인 경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전문의 상담과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고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호르몬 보충제는 경구용(먹는) 제제, 주사제, 패치제 등 여러 가지 제형이 있는데 갱년기 초기 환자나 고령자는 호르몬 수치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아 안전하고 복용이 쉽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구용 제제가 좋다. 유럽비뇨기과학회에서도 갱년기 초기 치료에는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경구용 제제 등을 권장하고 있다.

남성 갱년기는 호르몬 보충치료를 통해 개선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증상이다. 중년 이후 무기력하고 성생활·신체기능 등에 변화가 있는 남성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하고 이와 함께 체지방관리, 스트레스 줄이기, 지속적인 운동을 유지한다면 갱년기 증상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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