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유시장 맹신이 경제위기 불렀다"

■미국은 왜 신용불량국가가 되었을까? ■찰스 R. 모리스 지음, 예지 펴냄


지난해 6월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했던 계열 헤지펀드가 손실을 입고 파산하면서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신호탄을 울렸다. 결국 베어스턴스는 지난 3월 파산,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종착역은 세계적인 ‘금융위기(financial crisis)’가 될 것인가. 미국 투자은행에서 금융계 전문경력을 쌓아온 경제전문 변호사인 찰스 R. 모리스는 자유시장을 맹신한 미국 경제와 시장 시스템이 전 세계 경제 위기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책은 자유시장을 맹신한 닉슨 대통령부터 현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 위기의 뿌리를 추적했다. 저자는 위기의 틀을 짠 것은 닉슨의 달러 금본위제 철폐와 레이건 이후 더욱 거세진 자유시장 지상주의였다고 분석한다. 2000년대 들어 부시 정부와 그린스펀 FRB의장은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값싼 돈’ 정책을 선택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전 세계에 유동성 과잉현상을 불러일으켰고, 고삐 풀린 돈줄은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를 통해 투자처를 찾아 다녔다. 부동산, 자원시장, 곡물과 사치품시장까지 들썩였고 급기야 미국 전체 금융시장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택담보 대출시장에까지 돈이 퍼졌다. 지난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최고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자랑했던 미국 금융 시스템이 규제완화 후 비정상적인 유동화와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전가 관행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허점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저자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로 금융권이 줄 도산하고 있어 올해는 자산상각이라는 공포와 충격이 가시지 않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또 향후 2년간 위험도가 높은 모기지 금리가 재조정 될 것이며 부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저자는 지금이 미국의 대전환기라고 단언한다. 10년간의 규제완화로 불투명해진 금융권을 다시 투명하게 해 금융시장에 뒤덮인 위험요소를 걷어내려면 이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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