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한국은행이 돈을 좀 더 풀고 금리를 내리는 것은 성장의 방법이 아니다. 그건 단기적으로 비타민 한 알 먹는 정도라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주사 하나 맞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지 모르는 이 경제를 어떻게 되돌리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를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고 추진하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당국과 이견을 보인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당 이재오 의원이 주최한 '은평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는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당초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유 원내대표가 이 같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 금통위의 결정이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복지해법보다 5배, 10배 더 어려운 게 성장해법"이라며 "경제성장에 관해 우리 사회가 진짜 반성하고 고민하는, 그리고 전략을 찾아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규제를 완화해 뭐 어떻게 하겠다는, 지금 하는 그런 수준의 정책은 (경제성장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도 반성할 점이 많다. 매번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보수정당이 제대로 해법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의 발언이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 취임 이후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배당 확대를 돕는 과세제도 개편에 나섰으나 아직 실물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조세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연말정산 때문에 난리가 나고 담뱃값 때문에 난리가 나고, 이게 다 세금 문제다. 세금 문제는 총론을 얘기하면 다들 수긍하지만 막상 소득세·법인세·담뱃세 등을 늘리자면 난리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 문제를 갖고 정치권이 자기 유리한 대로만 싸워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경제학박사이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유 원내대표가 이처럼 기존 경제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침에 따라 그가 향후 당정관계를 주도하며 정책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지적하고 평소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