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약탈사태 미군이 방조” 의혹

미, 여론 들끓자 이라크 경찰과 순찰 이라크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약탈행위는 전쟁이 낳은 피할 수 없는 혼란인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조장된 것인가. 약탈 대상이 상점, 관공서에서 국립박물관, 병원 등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아랍권은 물론, 이라크 국민들사이에서 약탈사태의 배후를 놓고 미영 연합군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레바논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미국이 추가파병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라크를 파괴하고 있다” 며 “중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 같은 약탈행위는 이라크 해방이라는 미국의 전쟁 명분의 허구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아랍권 언론들은 특히 “이라크인 스스로가 이라크를 파괴하도록 조장함으로써 아랍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결국 친미정권만이 유일한 통치대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저의가 있는 것” 이라고 미국의 속셈을 성토했다. 당초 이 같은 치안부재를 전후 처리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혼란이라고 치부했던 이집트 등 일부 온건국가들도 약탈사태가 극에 달하자 미군이 이를 조장하거나 최소한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군 전문가들은 “미군 등 연합군이 바그다드 함락과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에만 관심을 집중했지 이라크 장악 후 벌어질지 모를 혼란에는 대비가 부족했다” 며 전략상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여론이 들끓자 미군은 뒤늦게 이라크 경찰과 합동으로 순찰을 실시하고, 저격수와 탱크를 병원 등 주요시설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제7 해병연대는 약탈방지 및 질서회복 임무를 받고 11일 밤부터 바그다드 동부지역에서 일몰 후 다음날 새벽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국무부는 이라크의 새 경찰력 조직방법을 협의하기 위해 1,200명의 경찰과 사법전문가를 이라크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바그다드 시민들은 소총으로 무장한 자경단을 조직, 자체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 당시의 이라크 경찰력을 치안에 활용하려는 미군의 계획은 후세인 정권에 반감을 갖고 있는 피지배계층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시행하기도 전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제3의 도시인 북부 모술을 점령한 미군은 13일 인종간 충돌을 막기 위해 이라크 경찰병력을 투입했으나 쿠르드족의 분노를 촉발시켜 오히려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남부 바스라는 옛 바트당 당원이자 퇴역장성이 최근 영국군으로부터 통치를 위임 받은 것을 놓고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높다. 새 시장으로 선출된 무자힘 무스타파 타메미는 시민 공청회에서 “복수는 복수만을 낳는다” 며 법에 의한 통치를 강조했으나 반 후세인 정서를 갖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타메미의 과거 정치경력은 물론 후세인 치하 자행됐던 납치 살인 고문 등에 대한 당사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신구 세력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황유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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