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를 대상으로 한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비율이 급증하면서 모기지 업체들에 대한 투자의견이 하향 조정되고 주가도 대폭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모기지 부실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5일(현지시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뉴센추리 파이낸셜과 프레몬트 제너럴에 대해 유동화 증권의 신용정도를 나타내는 서비서(servicer) 등급을 기존 ‘평균 이상’에서 ‘평균 이하’로 내렸다. 무디스는 이들 회사의 경영상황에 따라 추가로 등급 하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리먼브러더스도 ‘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리먼브러더스는 “디폴트 위험이 서브 프라임에 그치지 않고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알트에이(Alt-A) 등 상위 모기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프라임 모기지 업체에 대한 투자등급을 ‘긍정적’에서 ‘중립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모기지 업계의 경영부실이 현실화하면서 미국 2위 서브 프라임 제공업체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은 분식회계 등 부정거래에 대한 조사를 연방정부로부터 받고 있으며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고려하고 있다. 프레몬트 제너럴은 지난 2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서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으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은행인 HSBC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전년 대비 36% 급증한 105억7,000만달러로 늘렸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 뉴센추리 파이낸셜 주가가 68% 급락했고 프레몬트 제너럴 32%, 노바스타 파이낸셜은 40%나 떨어졌다. 모기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했던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도 신용에 치명타를 입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이유로 메릴린치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고 리먼브러더스의 투자의견을 ‘강력 매수’에서 ‘매수’로 떨어뜨렸다. 또 세계 최대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이 발행한 선순위 무담보 채권은 ‘정크본드’ 와 다를 바 없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모기지 부실은 신용위기를 초래해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폭발력을 안고 있다”며 “특히 주택시장 둔화는 미국의 소비와 생산ㆍ투자ㆍ고용 등 거시경제지표를 악화시켜 글로벌 경제 침체로 연결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