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지역’ 유지 딜레마

수도권 및 지방의 일부 지자체가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해제를 공식 요청해 오자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분양권 전매금지 등 초강도 규제정책을 적용 받는 곳이 이들 `특정지역`에 한정돼 있다는 것.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이 전면 해제된다면 사실상 정부의 규제정책 역시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 확대와 보유세 증가 등 극히 일부 조치를 제외하고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제한돼 있다. ◇초강도 규제, 특정지역에 한정 = 초강도 규제정책이 이들 특정지역에 한정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정책으로 아파트ㆍ주상복합의 분양권 전매금지를 들 수 있다. 이밖에 ▲직장ㆍ지역ㆍ재건축 아파트의 일정 시점 이후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후 분양(80% 공정 후 분양) 등이다. 부동산 시장을 급냉으로 이끈 주요 정책들이 투기과열지구에 한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투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양도소득세의 실거래가 과세를 비롯 주택거래신고제,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 등이 투기지역에만 시행되거나 될 예정이다. 부동산공개념 일환으로 추진중인 주택거래신고제 역시 투기지역 중 지정토록 돼 있다. ◇해제냐 유지냐 = 서울 은평구, 부산ㆍ강원도 등 일부 지자체가 특정지역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문제는 대표급 규제책들이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것. 지역 해제 시에는 이들 정책 역시 쓸모없게 된다. 현재 전국의 주요 도시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묶여있다. 특정지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계속 늘어나면 정부의 주요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껍데기만 남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동별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시가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제도를 동별로 운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불가`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급랭으로 인해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지자체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 여건으로 볼 땐 이들 요구를 묵살하는 것도 어렵다.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