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전당포 ‘불황타고 대호황’

11일 오후 국내 대표적인 `명품 전당포`(Pawn Bank)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캐시`. 이곳에는 페레가모ㆍ구찌ㆍ루이비통ㆍ프라다ㆍ아르마니ㆍ에르메스ㆍ샤넬 등 명품 가방과 의류가 마치 공항 세관의 밀반입품 유치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지난해 등장한 `명품 전당포`가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용카드로 앞 다퉈 명품 구입을 했던 20~30대 여성들이 불황 탓에 카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분신처럼 여기던 명품을 헐값에 내놓고 있는데다 싼 가격에 중고 명품을 구입하려는 명품족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 명품족인 직장인 이모(31ㆍ여)씨는 최근 이곳에서 지난해 유럽 여행을 하며 구입한 60만원짜리 팬디 핸드백과 35만원짜리 페레가모 구두를 각각 20만원과 10만원에 처분하고 90만원에 구입한 루이비통 핸드백을 담보로 50만원을 대출 받았다.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몰려 모든 명품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당포 관계자는 “20~30대 여성 명품족이 주고객이지만 최근에는 롤렉스 시계나 혼마 골프채 등을 맡기고 사업자금을 대출하려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며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정도의 수입은 된다”고 말했다. 명품 전당포가 대호황을 누리자 대형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기관의 자금도 흘러 들고 있다. 압구정동 명품 전당포 `B캐시`는 대형 S은행이 투입한 자금 20억원으로 지난 4월말 문을 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이자가 월 3.5~4%로 은행 금리에 비해 5, 6배 이상 높아 수익이 훨씬 많기 때문. B캐시는 올해 안에 분당 등에 2, 3개 지점을 더 오픈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명품 대여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전당포도 생겨났다. 서울 명동의 L전당포는 20만~30만원의 보증금과 하루 5,000원~1만원씩의 사용료로 명품 가방과 신발 등을 빌려주고 있다. `I럭셔리` 등 수백 종의 중고 명품판매 사이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열린 중고 명품시계 경매에서는 까르띠에, 오메가 등 최고 수천만원대의 명품시계 60여종이 순식간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한 명품 전당포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신용카드 대란의 여파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경기가 살아나면 정반대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왕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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