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를 위한 당국의 달러화 매수로 외환보유액이 급증, 이달 중 2,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한해 늘어난 외환보유액이 400달러를 넘어서며 연간 증가액으로는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1,990억7,000만달러로 전월보다 64억6,000만달러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전년 말보다 437억1,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연간 증가규모로는 환란 직후인 지난 98년 396억4,000만달러를 초과한 사상최대치다.
이같이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환율하락을 막기 위한 당국의 달러매수와 함께 유로화 등 기타 통화 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과 외환운용수익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외환운용수익만 감안해도 이달 중 외환보유액은 2,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환율방어를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대량 발행함에 따라 지난해 1,000억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9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자규모는 한은이 지난해 10월 추정했던 3,000억~4,00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은의 주수입원은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한 외화자산 운용수익이며 지출은 통화안정증권 관리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는 환율방어 과정에서 풀린 통화를 환수하느라 통화안정증권을 과도하게 발행, 그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상당한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지난달 31일 현재 142조7,730억원으로 2003년 말의 105조5,000억원 대비 37조2,000억여원 급증, 연간 기준으로 사상최대의 순증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른 연간 이자부담만도 5조원이 넘는 실정이다.
한은이 적자를 낼 경우 현재 6조원에 달하는 자체 적립금을 통해 부족분을 충당하기 때문에 재정운영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중앙은행이 회계운영에서 적자를 내면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