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1달러=130엔' 시험할듯

■ 엔화 바닥은 어디日재무관료 "고평가" 발언후 지속하락 국제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그 바닥이 어디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 고위관리들이 지난주 이후 1달러당 150~160엔의 환율을 거론하며 엔화약세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발언을 하자 외환 딜러들이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엔화는 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25엔대로 떨어졌으며 앞으로 더 떨어질 경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환율하락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등 제조업체들이 일방적인 엔화약세를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으며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 일본의 경쟁국인 한국 등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경제 회복속도가 완만하고 곳곳에 불황의 여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달러의 초강세는 어려운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1달러당 130엔을 테스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화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최고에 달했던 지난 98년에 1달러당 146엔까지 떨어졌고 올초에도 140엔에 근접하게 하락했다. 1달러당 150~160엔의 환율은 현재의 수준보다 20~25% 하락한 것으로 90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엔화가 달러와 유로화에 대해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엔화가 다른 통화의 구매력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이어 시오카와 마사주코 재무상이 "1달러당 150~160엔이 적정하다"고 구체적인 환율까지 언급하며 의도적으로 엔화하락을 유도했다. 외환시장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엔화의 구매력을 1달러=150엔으로 평가하고 모건스탠리가 1달러=165엔이라는 계산을 발표한 것을 일본 재무성이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관리들은 일본 정부의 의도에 일체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폴 오닐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론'을 누누이 주장해왔고 미 재무부가 올초 일본 금융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엔화약세를 용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어느 정도의 엔화약세를 인정해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이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엔화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0년간의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통화팽창정책을 취해야 하나 제로금리 상태에서 금리정책을 쓸 수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통화증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통화가치를 하락시킨다는 것이다. 미 컬럼비아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가 오래 전에 권한 방식을 일본이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외환 딜러들은 미국 제조업계와 아시아 주변국의 저항으로 엔화가 150엔대까지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며 최근 일본 재무성 관리들의 발언을 엔화강세 기조를 약세기조로 전환하겠다는 정책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은 엔저를 통해 수출을 확대,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이지만 미국의 제조업체들과 한국ㆍ중국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의 자국 이기주의에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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