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신명 경찰청장을 상대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사건과 이른바 ‘성완종 메모’를 따져물었다.
특히 강 청장이 ‘성완종 리스트’가 적힌 메모의 존재를 사망 다음날 오전에야 보고받은 사실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공방도 펼쳐졌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초기대응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매끄럽지 않은 업무처리를 거론하며 경찰의 은폐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여당에서는 상임위 소속 11명 가운데 의원 2∼3명만이 회의 내내 자리를 지켰을 뿐 대체로 참여도가 저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강 청장에게 “시신 발견 당시 메모의 존재를 전달받지 못하고 다음날 보고받은 게 정상인가. 경찰 정보 체계가 매우 잘못됐다”며 “정권 핵심 인사가 명단에 들어 있어서 숨긴 건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시체 발견 현장에서 메모지를 발견하고도 확인도 안 하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는 것 아니냐”며 “메모가 중요한 수사 단서인데 이렇게 한 건 석연치 않다. 경찰이 은폐하려고 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주승용 의원도 “56자 메모에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현직 자치단체장 이름이 다 있는데 어마어마한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게 아닌가. 그런데 밤 10시30분이라고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안 하나”라며 “밑에서 경찰청장에게 보고를 안 한 것은 엄청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청장은 “저는 다음날 보고받은 게 맞다”면서 “경찰의 수사체계가 보통 본청에 수사상황을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이름이 다 있고 (정권) 실세가 다 들어 있는데 청와대에 보고를 안 하는 경찰은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경찰이다. 진짜 (청와대에 보고를) 안 했나”라고 재차 물었고, 강 청장은 “청와대에 안 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답했다.
강 청장이 성 전 회장의 사망 추정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10시 사이라고 했다가 오전 7시에서 10시 사이라고 바로 잡으며 혼선을 빚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야당 의원들은 “사망 시간을 3시간으로 넓히는 게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은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차를 타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집 앞에서 내렸다는데 택시기사 진술이 제대로 확인 안 된 것 아니냐”며 “여러 첩보가 있는데 (고인이) 그날 차를 타고 가서 김 전 실장 집 앞에 내려 문을 몇 십 번 두드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청장은 “김 전 실장 가택 주변의 CCTV를 전부 탐문했는데 관련 행적이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며 “31개 CCTV를 다 확인했는데 변사자가 전혀 거기에 나타난 게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인 전날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열린 ‘국민 안전의 날 다짐대회’ 행사에서 팡파르가 울리는 등 일부 부적절한 행사내용이 포함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안전 다짐대회 행사에서 장관이 입장하니 사회자가 ‘여러분 장관님께 다시 한번 힘찬 격려 박수 부탁한다’고 하고 이후 군악대가 팡파르를 울렸다”면서 “어제가 무슨 날인가. 세월호 유가족이 절규하는 소리, 울부짖음이 안 들리는가”라고 비판하며 박인용 안전처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박 장관은 “어제 일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확인을 못 했다.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