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최근 내놓은 기업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를 막기 위한 '포이즌필' 도입 방안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ㆍ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가 일제히 청와대에 제도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포이즌필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수용하지만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주주총회 특별 결의 등으로 바꿔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3개 부처의 이 같은 의견은 정작 대기업들이 법무부안을 오히려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최종 법안 도출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영권 보호 과도… 시행시기도 늦춰야"
대기업 "완화" 주장과 상반… 난항 예고 1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들 3개 부처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최근 청와대에서 실무 회동을 갖고 법무부가 마련한 포이즌필 방안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당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법무부안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3개 부처는 법무부안이 '과도한 경영권 보호조치'라며 도입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부처는 시행 시기도 기존의 오는 2011년보다 더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무부 안은 적대적 M&A 방어책인 포이즌필 제도와 관련,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전체 주식의 3분의1 이상과 참석 주식 수의 3분의2 이상 동의)에 의한 정관변경을 거친 후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돼 실제 발동을 할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주인수권을 주주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신주인수권은 우호적인 주주와 적대적 주주를 구분해 행사 가격 및 행사 허용 여부를 차별할 수 있기 때문에 적대적 M&A 세력의 지분율을 희석시킬 수 있다. 이 같은 법무부 안에 반대하는 부처들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도한 경영권 보호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우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들도 경영진의 영향력하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사회 결정으로만 신주인수권을 줄 수 있도록 한 이번 상법 개정안은 주주의 선택에 의해 무능한 경영진을 퇴출하도록 하는 자본주의적 원칙과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3개 부처는 이에 따라 신주인수권 발행 결정을 이사회 결의 대신 주주총회 일반결의(참석 주식의 과반과 총 주식 수의 4분의1 찬성)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경우 발행결정 요건을 주주총회 일반 결의사항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발동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입시기에 대해서도 금융위와 지식경제부는 국내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연내 부처협의를 거친 후 내년 국회에서 통과한 후 2011년에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와 지경부는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3년 후쯤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관계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각 부처가 수정 의견을 담은 공문을 보내왔다"며 "부처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대면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