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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에게 연구 주제를 정하는 데도 시장성을 먼저 고려하게 한다(본지 2011년 1월24일자 7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2011년 미국 뉴저지의 벨연구소를 찾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벨연구소를 '개혁'한 과정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게 해 준다.
2005년 김 내정자가 벨연구소 사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벨연구소는 '늙은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렇다 할 연구 성과도 조직의 활력도 없었던 탓이다. 이에 그는 개방형 혁신과 시장성 있는 기술 개발이라는 전략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기술을 통합하는 팀과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벤처 팀을 새로 도입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기술 기반이 될 연구개발(R&D)도 중시했지만 그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도 초점을 맞췄다. 김 내정자는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상품화되는 기간을 줄이려고 한다"며 "연구원들에게 연구 주제를 정하는 데도 시장성을 먼저 고려하게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노트북을 분실했을 때 그 안에 담겨 있는 정보를 외부인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네트워크 카드', 차세대 무선네트워크 솔루션인 '라이트 라디오', '초가상 콘퍼런싱' 기술 등이 탄생했다.
그는 2006년 4월 서울에서 열린 '벨연구소 세미나'에서 "혁신에 있어 기술∙자본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한국은 아직 사람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기초과학∙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적극적인 인재양성 정책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외부인'으로서의 참신한 시각도 기대할 만하다. 정보통신부 등에 오래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존 시각에 구애 받지 않고 새로운 틀로 볼 수 있다는 게 김 내정자의 장점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ICT 업계를 잘 아는 사람인 만큼 잘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ICT 관련 수출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ICT 장관으로는 딱 적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