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동시공략 교두보 구축/현대자동차 터키 현지공장 준공

◎수출 내수용 엑센트·그레이스 연 8만대 생산/가 브루몽공장 실패딛고 글로벌전략 재도전【이스탄불(터키)=정승량 특파원】 지난 20일 터키의 최대도시인 이스탄불 인근 이즈밋시에서는 대규모 축제가 벌어졌다. 연산 8만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터키현지공장 「현대­앗산자동차」준공식이 벌어진 것. 이날 준공식에 참석해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를 지켜보던 슐레이만 데미렐 터키 대통령, 메슈트 일마에즈 수장은 무개차로 라인을 둘러보면서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스탄불 중심가에 소재한 콘라드호텔에서 이날 하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열린 공식만찬에서 정명예회장은 『무슨 파티시간이 이리 긴지 모르겠다』면서도 가끔 둘레를 두리번거리며 뜻모를 미소를 지었다. 만찬에는 터커 주요인사 1천여명이 동시에 식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런 대규모 행사는 국빈행사 이후 처음』이라고 음식조달에 애를 태우던 호텔지배인은 고개를 저었다. 현대는 왜 터키에 이같은 큰 공장을 지었을까. 정명예회장의 미소는 무엇을 뜻하는가.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양지역에 동시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다.』 콘라드호텔에서 만난 전성원 부회장의 표정도 상기돼 있었다. 준공식날 박병재 사장은 『시라아에 1백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는 첫 낭보를 전했다. 터키는 일부가 유럽에 속해있는 특이한 국가. 극동에서 출발하는 비단길의 종착지다. 이같은 지역적 특성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관세동맹에도 가입돼 있어 「동서문명의 십자로」로 불린다. 현대는 이곳에 서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중동 등 아시아시장 거점의 심장부기능을 부여한 셈이다. 현대는 이곳 30만평의 부지위에 2000년까지 모두 3억3천5백만달러를 들여 생산규모를 지금의 8만대에서 12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력 차종은 엑센트와 그레이스. 박사장은 현지언론과 합동기자회견에서 『상황에 따라 차종을 확대하고 규모도 30만대까지 확대할 부지를 이미 확보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가 이처럼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수출도 수출이지만 터키내수도 만만치 않기 때문. 유목민의 후예인 터키인은 자동차를 말처럼 여기는 습성때문에 차시장은 매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해 자국 메이커가 없어 포드가 지난 59년 진출한 이래 피아트와 도요타, 르노, 볼보 등이 잇따라 현지에 진출했다. 그러나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기존 메이커에 대한 터키인의 불만도 현대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석권할 메리트다. 현대가 이곳에서 생산하는 엑센트와 그레이스는 국내와 동일한 모델이다. 박사장은 『기존 메이커들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터키 고유모델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터키발전에도 기여하고 판매력도 확대하는 「윈­윈전략」을 구사하겠다는 포석이다. 터키인들과 현지언론들이 준공식에 보낸 관심은 이같은 터키인의 기대를 반증한다. 특히 현대에게 있어 이 공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는 캐나다 브루몽에 지은 연산 10만대 규모의 쏘나타 공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해외공장 건설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기껏해야 현지부품조립생산(CKD)이며 규모도 2∼3만대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터키공장은 정명예회장이 「30년 자동차 개인사에 처음이자 마지막 실패작」이라고 단언하는 브루몽공장 실패의 악몽을 딛고 현대가 첫삽을 떠내어 지은 해외공장 1호다. 현대는 터키공장 건설을 통해 2000년 국내 1백80만대, 해외 55만대 등 총 2백35만대를 갖춰 「글로벌 톱 10」에 도전하는 거보를 내디딘 셈이다. 전부회장은 『현재 추진중인 러시아 중국 유럽 중남미 등에 현지공장을 갖추기 전까지 터키와 인도네시아(99년 10만대), 인도(98년 20만대)공장은 현대의 3대 코어공장이다』고 밝혔다. 현대의 글로벌 전략의 시발탄이 터키에서 발사됐다. 정명예회장, 전부회장, 박사장과 현대자동차 핵심임원들은 행사가 「난 뒤 곧바로 또다른 역사가 진행되는 인도공장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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