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스닥에 상장된 A기업 IR담당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이 담당자는 "아침부터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 얼마 전에 통화를 한 것 같은데 한마디 말도 없이 기사를 쓰면 어떡하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우리 회사 기사를 쓰려면 사전에 동의를 받고 쓰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제가 쓴 내용 중에 틀린 내용이 있나요?"IR담당자는 "없다"는 대답과 함께 "그래도 다음에는 사전에 동의를 받고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를 받기 이틀 전 취재 차 이 담당자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사업보고서 등 공시 내용을 토대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IR담당자로부터 "우리는 기사 나가는 거 안 좋아하고 사업보고서에 있으니 그걸 보면 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궁금한 점이 있어서 통화를 했는데 '귀찮으니 사업보고서나 다시 읽어보세요'라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전화 연결 상태도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데 질문에 답변하는 IR담당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 있었다. 항의 전화를 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IR담당자들의 이런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미디어대행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뿌린 회사에 궁금한 점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미디어대행사에 물어보라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다. 누가 기업의 주인인지 헷갈리게 하는 반응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아직까지 "코스닥은 쳐다보지 않는다.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코스닥의 원죄로 여겨지는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발생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신뢰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다.
누구의 잘못인가. 얼마 전 서울경제신문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 좌담회에서 한 증권사 간부가 한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간부는 "기업탐방을 가보면 IR담당자들의 반응은 애널리스트를 아예 회피하거나 과하게 환영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자는 정보를 얻기가 힘들고 후자는 의심부터 든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