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극장 영화] 코믹 첩보원 볼까, 조선시대 관상가 만날까

■ 올 추석엔 이 영화!
코믹·오락 충실한 '스파이'… 신·구 명배우 총출동 '관상'
'몬스터 대학교' '바람이 분다' 美-日 애니메이션도 풍성

'관상'

'몬스터 대학교'

'바람이 분다'

'스파이'

푸짐한 음식을 먹는 것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도 따분해 질 무렵 모처럼 한데 모인 가족들과 극장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극장가의 대목으로 손꼽히는 추석을 맞아 다채로운 영화가 관객을 맞이한다.

◇코믹 첩보원 VS 조선시대 관상가=추석 극장가 한국 영화 대결은 '스파이'대 '관상'으로 귀결될 양상이다. 지난 5일 개봉한 코믹 첩보 영화 '스파이'가 먼저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스파이'는 개봉 첫 주말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4일만에 100만명을 가뿐히 넘으며 순항 중이다. 이 영화는 한국 최고 스파이지만 아내에게만큼은 꼼짝 못하는'평범한' 남자가 대북첩보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아내에게 첩보원이란 비밀을 숨기고 사는 남자이야기라는 점 등 줄거리와 캐릭터 등 영화의 기본 설정이 여러모로 영화'트루 라이즈'(1994)와 닮은 구석이 많다. 영화의 미덕은 처음부터 끝까지'코믹ㆍ오락영화'로서 매우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시월드'(며느리의 시집살이)ㆍ월급받는 스파이의 애환 등 군데군데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해 관객의 흥미를 한층 끌어들였다. 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오아시스'이후 10여 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 설경구ㆍ문소리의 연기 앙상블. 문소리는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 역에 충실했고, 설경구는 아내 앞에서는 마치 고양이 앞에 쥐 마냥 어찌할 바를 모르는'허당'첩보원으로 맞춤 옷을 입었다. 여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웃음을 안겨주는 고창석ㆍ라미란 등 조연의 감초 연기까지 덤으로 얹었다. 자극적인 장면도, 낯 뜨거운 장면도 없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한 데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전형적인'팝콘 무비'다.

'관상'은 '스파이'보다는 묵직한 맛이 있는 영화다.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폐하고 왕권을 빼앗는'계유정란'이 영화의 배경이다. 왕권과 신권의 갈등ㆍ야망과 명분의 충돌 등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조선왕조의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이기에 그간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 자주 접한 소재에 자칫 지루할 법도 하지만, 이 영화는 '계유정란'에 조선시대 최고'관상쟁이'라는 허구의 인물이 끼어들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관상'은'우아한 세계''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으로, 조정석ㆍ이종석 등 신예 스타는 물론 백윤식ㆍ송강호ㆍ김혜수ㆍ이정재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빚어내는 합이 백미다. 코미디로 관객의 시선을 빨아 들이는 극의 초반에서는 송강호와 조정석의 연기 앙상블이 압권이다. 특히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역할을 통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던 조정석은"선배들의 뛰어난 연기 호흡에 잘 말렸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라는 명배우와 호흡을 맞춰 보다 농익은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가 전개되고 대략 1시간이 흐르고 수양대군(이정재)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반정(反正)의 드라마가 묵직하게 펼쳐진다. 영화'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소화, 또 다른 색을 찾은 이정재의 연기를 밀도 있게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즐기는 한 방법이다.

◇애니메이션 VS 애니메이션=추석 극장가는 할리우드 및 일본 애니메이션 등으로 찬(餐)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극장가 애니메이션 포문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가 열었다. 이 영화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제로센(零戰)'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ㆍ1903∼1982)의 삶을 그렸다. 평생 멋진 비행기를 만드는 꿈을 좇는 호리코시의 집념과 그의 서글픈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감독의 미온적인 태도가 영화에 스며든 탓인지 일본 전쟁 미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에서 6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지난 5일 은퇴를 발표한 미야자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할리우드 대표 제작사'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한 판 승부도 볼 만하다. 유니버설은'슈퍼배드2'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영화는 악당'그루'가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세 딸 마고ㆍ에디스ㆍ아그네스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그루가 어느 날 세상을 지배하려는 최강 악당 군단이 나타나자 비밀 요원으로 변신, 악당 소탕작전에 투입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여운 캐릭터와 오밀조밀한 이야기가 강점이다. 전편에서 5억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린'슈퍼배드'는 후속편에서는 더한 흥행 수익을 올렸다.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40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8억2,390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는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최고 성적이다. 올해 북미 개봉작 중에는'아이언맨 3'의 뒤를 이은 2위에 올랐다.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는 1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몬스터 대학교'를 내놓았다. 이 작품은 이전 영화'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최강 콤비를 이뤘던 몬스터 마이크와 설리반의 12년 전 이야기를 그린 프리퀄(이전에 개봉된 영화에 담긴 이야기보다 앞서 있었던 사건을 그린 영화)이다.'몬스터 대학교'는 몬스터들의 꿈의 직장인'몬스터 주식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일종의 특성화대학과도 같은 곳. 이곳에서 최악의 라이벌로 만난 마이크와 설리반이 경연대회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고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며 우정을 쌓아간다는 게 이야기의 큰 줄기다. 이 영화는 매 작품마다 보너스 애니메이션이 오프닝을 장식했는데 이번에는 빨강 우산과 파랑 우산의 로맨스와 슬픔을 그린 사슈카 언셀드의'파란 우산'을 본편에 앞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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