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필리핀에 공병대와 의무대를 포함해 총 500여명의 장병을 내달 중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필리핀이 전날 재해구호 병력 파견을 요청함에 따라 내달 중 재난지역인 필리핀 타클로반으로 부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이는 6·25전쟁 참전국인 필리핀에 공병·의료부대를 파병키로 한 것은 인도주의적 구호 차원과 함께 참전에 대한 ‘보은’의 성격이 강하다.
유엔이 아닌 재난국의 직접 요청에 의한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며, 6·25 참전국에 대한 파병도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필리핀 파병을 결정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에서 “필리핀 정부로부터 재해재난 구호 및 복구 지원을 위한 의료 및 공병부대 파견을 요청받았다”며 “내주 초 정부합동조사단을 필리핀에 보내 현지 여건을 확인한 후 국군부대의 파견 계획을 수립해 국회 동의를 받아 부대파견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필리핀이 6·25전쟁 참전국이고 초대형 태풍으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나는 등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시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필리핀은 6·25 전쟁기간 연인원 7,420명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112명이 전사했고 299명이 부상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필리핀 참전기념비가 있다.
국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필리핀에 대한 정부의 구호예산 지원 액수를 늘리고 병력을 신속히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양국의 이런 우호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국빈으로 초청한 것도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이었다. 아키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내주 중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필리핀에 병력이 파병되면 우리나라는 유엔 가입 후 17번째로 국외로 국군을 내보내게 된다. 500여 명의 파병 규모는 2004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이후 가장 많은 병력이다.
앞서 공군은 지난 14∼15일 C-130 수송기 2대에 구호품 18t과 지원요원 29명을 태우고 처음으로 구호 활동에 나섰다. 15∼16일에는 C-130 수송기 3대에 29t의 구호물자와 지원 요원 41명을 보냈다.
이어 16일 C-130 수송기 2대에 지게차와 생수 3t 등 구호물자와 지원 요원 46명을 세부로 보냈다. 이번에 파견된 수송기들은 오는 25일까지 세부에서 피해지역인 타클로반을 왕래하며 이재민을 안전한 곳으로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우리 군은 현재까지 11회에 걸쳐 구호물자 85.2t과 인원 862명을 수송했다.
현재 필리핀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4개 국가에서 함정과 항공기, 의료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항공모함 1척, 병원선 등 10척의 함정과 C-130 수송기 14대, 수직이착륙기(MV-22) 11대 등 32대의 항공기를 파견했다.
일본은 1,180명의 병력과 경항모 1척을 포함한 함정 3척, C-130 수송기 7대 등 항공기 16대, 차량 20여 대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 호주, 벨기에, 독일, 헝가리, 이스라엘, 노르웨이, 러시아, 태국 등은 의료팀을 파견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