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에 드는 시간·비용이 마찰 일으켜" 실업문제 분석

일자리 많아도 탐색과정서 마찰적 실업 발생
실업급여등 장기간 혜택 줄수록 오히려 늘어
주택·통화정책·공공경제학등에도 적용 가능

세계적인 고용위기가 노벨경제학상의 흐름도 바꿔놓았다. 노동경제학 분야의 세명의 교수 수상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폭풍 이후 노벨경제학상이 보다 실용적인, 현실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0년 노벨경제학상은 마찰적 실업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피터 A 다이아몬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데일 T 모텐슨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크리스토퍼 A 피사리데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지난 2005년 이후 5번 연속으로 미국에 돌아갔던 노벨경제학상은 올해는 미국과 유럽(영국ㆍ키프로스)의 공동수상으로 결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이 직업탐색 마찰이 발생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analysis of markets with search frictions)을 통해 만들어낸 이론이 노동시장은 물론 주택시장ㆍ통화정책이론ㆍ공공경제학에도 연결된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전세계적으로 실업 대란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해결이 각국의 현안이 된 상황에서 노동시장 전문가들이 연구해온 공로를 노벨위원회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노동시장에 대한 연구는 우선 다이아몬드 교수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경제도 현실에서는 자원배분이 항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자원배분 비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모텐슨과 피사리데스 교수는 수요와 공급에서 항상 효율성을 추구해야 할 노동시장에도 비효율성이 나타나 일자리를 찾는 탐색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마찰이 발생한다는 탐색마찰이론을 발전시켰다. 1994년 두 교수가 공동으로 쓴 '실업이론으로 본 일자리 생성과 파괴'라는 논문은 노동경제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일자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즉 구직자는 일자리를 찾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맘껏 일자리 탐색에 나서지 못한다. 적당한 사람을 찾는 회사 역시 마찬가지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구직자와 구인자 사이에는 마찰이 발생하고 그래서 일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찰적 실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고 직업을 찾거나 사람을 찾는 비용이 증가할 수록 이 같은 마찰적 실업을 증가한다. 이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실업급여 등 실업에 따른 이익이 크고 장기간 혜택을 줄 경우 마찰적 실업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구직자가 직업을 찾는 유인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탐색마찰이론은 최근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을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단순하게 빈 일자리에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채워가면 되지만 현실은 구직자가 일자리의 조건(임금ㆍ커리어 등)에 대한 탐색을 하는 과정에서 청년실업과 같은 마찰적 실업이 발생한다. 1982~1984년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모텐슨 교수로부터 박사 학위 지도를 받은 김장호 숙명여대 교수는 "탐색마찰이론은 정부가 복지나 실업급여를 풀면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근로자나 구직자를 수용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고려해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수요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위해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인한 마찰은 노동시장뿐만 주택시장에도 적용되며 통화정책 이론과 공공경제학 등과도 연결된다. 미국 경제의 골칫거리인 실업과 주택시장에 대한 연구와 사회보장기금과 연금전문가인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사로 내정됐지만 아직 상원의 인준절차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 교수는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버냉키 의장은 1979년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면서 다이아몬드 교수에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보장 내용 일부를 축소하고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