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이후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 최근 해외의 굵직굵직한 투자자들이 속속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부동산 업계가 10년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바닥을 치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낙관론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아직 일본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일본의 리츠 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데다 거품이 꺼질 만큼 꺼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가 메리트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
우선 세계 최대의 보험사인 AIG가 지난 18개월간 일본에서 400여건의 부동산을 매입한데 이어 향후 2년간 일본에서 400여건의 부동산을 추가로 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90년대 정점 대비 60~80%가량 폭락한 상태. AIG는 그러나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곧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수 십억 달러 투자 계획의 하나로 부동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AIG가 계획하고 있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에는 25억~35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올 초에는 세계 최대급의 부동산 회사인 미국의 CB 리차드 엘리 그룹이 2년 동안 3,000억 엔(약 3조원)을 투자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350억 엔을 들여 주택 개발회사인 일본 신도시 개발에서 12곳의 맨션 사업부지와 분양관리 회사를 사들이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골드만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보유하고 있는 일본 자산 포트폴리오는 각각 100억 달러,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경제를 10년 침체의 나락으로 몰고 간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 이처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문제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최근 일본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어 담보 부동산을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 해외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
또한 일본에서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가 지난해부터 활성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리츠 시장에 투자할 적기라며 일본의 초 저금리, 주식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이미 일본내 자본의 상당규모가 이 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닛케이 지수가 16% 추락한 지난해의 경우 리츠 관련 주가는 20%나 상승,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도쿄 증권 거래소에는 6개의 리츠가 상장되어 있으며 이들주가는 올해에도 약 16%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