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로 대상포진이 꼽힌다. 대상포진이란 피부의 한 곳에 통증과 함께 발진과 수포들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2~10세 아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대상포진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띠 모양의 발진'이라는 뜻으로 신체에 띠 모양의 발진과 수포를 만드는 데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에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수두를 앓게 돼 증상이 나타나거나 혹은 무증상으로 지나치게 된다. 이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이러한 첫 번째 감염 이후 우리 몸의 신경세포의 어딘가에 남아 있게 되는데 대부분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수두 바이러스를 신경세포 내부에 남아 있고 활동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수년 혹은 수십 년이 흘러 나이가 들게 되거나 항암제 투여 등 면역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이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의 감시를 피해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돼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것이다.
붉은 물집들이 옹기종기 군집을 이뤄 띠 모양으로 나타나며 그 부위에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발진과 물집이 돋은 지 1∼2주가 지나고 나면 진물이 흐르는 물집에도 딱지(가피)가 앉기 시작한다. 이후 약 2주간에 걸쳐서 이 딱지가 앉은 피부도 호전된다. 발진이 생긴 자리에 생겼던 통증도 일반적으로는 수 주 이내에 없어지게 되지만 이상감각은 신경이 회복되는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은 물집이 없어진 수개월 혹은 수년 후에도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상포진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지난해 전국 20개 대학병원을 찾은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56.7%(1만1,270명)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필요했으며 6.9%(1,368명)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대상포진 환자들은 후유증에도 취약해 35.4%의 환자가 치료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통증인데 전체 후유증의 90.9%를 차지한다. 후유증으로 통증을 겪은 환자들은 대상포진 치료 3개월 후에도 치료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였다.
그 외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는 각결막염 등 안구손상 5.6%, 청각이상과 어지럼증 1.7%, 대소변이상 1.2%, 안면마비 0.6% 등이 있었다.
또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재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사 결과 전체 환자 중 약 4% 정도가 재발환자로 확인됐다.
대상포진을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피부과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를 다른 질환으로 오인했던 경우가 8.4%나 됐다. 이런 오인 진료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해 환자가 더욱 심각한 통증과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계영철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은 "대상포진은 피부과 입원 환자 가운데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병 빈도가 높지만 초기 증상 발생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대로 놔둘 경우 치명적 통증과 신경통 등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만큼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적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57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2008~2012년 사이에만 약 40%가 늘었을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약 18%의 환자에서 당뇨ㆍ암ㆍ항암치료 등과 같은 면역 저하 상태가 나타났으며 앞으로 고령화 등의 이유로 면역저하 환자가 증가하면서 대상포진 환자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여 사회적 경제적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종 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는 "대상포진은 통증과 후유증에 따른 고통만큼이나 사회경제적 손실로 인한 고통이 큰 질환"이라며 "면역력 강화와 예방주사 등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치료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안면마비 등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기도 한다.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에는 신경안정제를,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진통제를 투여한다. 안면마비가 지속되면 물리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의 세기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 같은 강한 진통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수포성 병변에는 습포를 시행하기도 하며 수포가 잦아들고 가피가 앉으면 이차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 연고를 도포한다.
장기간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는 환자들은 수면장애ㆍ피로ㆍ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어 특별한 진통제와 삼환계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이 투여된다. 일부 항간질제도 이러한 심각한 신경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 후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있을 때에는 온찜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항상 몸을 깨끗이 유지하고 주위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 즉, 매일 목욕하는 것이 대상포진으로 상처가 난 피부를 통한 이차적인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간지럽다고 손톱으로 긁게 되면 이차적인 세균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손톱을 깨끗하고 짧게 유지하는 것이 이차적 세균 감염에 대한 좋은 예방법이다.
노인들의 경우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이미 수두에 걸린 적이 있으나 아직 대상포진이 발병하지 않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개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