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정부의 회사채 정상화 방안인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참여한다. 현대상선은 자체상환과 신속인수 두 가지를 놓고 저울질해왔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속인수제를 택하기로 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신속인수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만기를 앞둔 현대상선이 차환발행을 위해 신속인수제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차환발행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산은과 여신거래 특별약정(MOU)을 맺고 차환발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10월22일 회사채 2,8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차심위가 만기도래 한달 전에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은 다음달 중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상선은 2ㆍ4분기 당기순이익 317억원을 달성하며 2년6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1ㆍ4분기까지 막대한 차입금 부담에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압박에 시달렸다. 글로벌 침체로 업황부진이 이어지면서 부채가 지난 2011년 7조530억원에서 올 1ㆍ4분기말에는 8조9,824억원으로 14%가량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만기분에 이어 내년 4,200억원, 오는 2014년 5,800억원, 2015년 3,600억원 등 계속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계에서는 현대상선이 2년반 만에 은행권에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속인수제를 이용하려면 주채권은행과 여신거래 특별약정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MOU에는 자구계획 미이행시 대주주 지분 처분과 경영진 교체 등과 같은 제재가 담긴다. 이는 재무구조 개선약정과 비슷하다.
현대상선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 등을 이유로 당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재무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고 회사채 발행 등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 결과 이듬해부터 은행권 총여신의 0.1% 이상인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한편 첫 신속인수제 대상 기업은 한라건설이 될 듯하다. 한라건설은 이달 27일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신속인수를 신청했고 차심위는 20일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