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사라질 것인가. 또 월세화는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것인가. 최근 월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반영된 질문이다.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임대계약형태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전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로마, 그리고 유럽의 역사에서도 간혹 등장한다. 정말 독특한 국내 주택임대계약 형태는 다양한 보증금의 비중이 선택되는 보증부월세이다. 사실 최근의 경향도 월세화라고는 하지만 전세의 상승분 정도를 월세로 전환하는 보증금 비중이 높은 보증부월세인 반전세가 주로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월세가구 중 월세가구의 비중은 관측이 가능한 1980년 이후 1985년에 47%로 상승했다가 1995년에는 33%로 하락했다.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 시점인 2010년에는 월세 비중이 50%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를 보면 현재의 월세화가 반복되는 사이클의 한 정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01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는 전국 가구의 55%가 월세가구임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보증부)월세와 전세의 분류가 아니라 보증금 비중의 평균적인 변화는 그리 급격하지 않다. 한 예로 전월세 확정신고자료를 통해 서울시 아파트 모든 전월세의 평균적인 전세 대비 보증금 비율을 살펴보면 2011년 초 90% 수준에서 2014년 80% 수준으로 감소했을 뿐이다. 전세금 상승을 고려하면 부채인 전세금을 포함한 보증금의 사회적인 총액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만큼 전세시대에서 순수월세에 가까운 월세시대로의 변화는 신용카드를 쓰는 사회를 현금을 쓰는 사회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해외 주택시장과 유사한 실질적인 월세화는 주택임대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있어 큰 변화를 초래한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 보유한 금융자산으로 대체하거나 제도권 금융의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임차인은 요즘 관측되는 것처럼 월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가로의 전환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세금이 상속 및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기능도 축소돼야 한다. 임차가구로 남게 되는 가구는 월세로 전환된 전세금을 어디엔가 투자해야 하고 대신 늘어난 월세지출을 수용하기 위해 소비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 월세화가 합리적인 사회로 변모하는 바람직한 방향일 수는 있으나 급속한 월세화가 주는 사회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다시 정리하면 국내 주택시장의 실질적인 월세화는 소비시장과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한 여정이다. 한 단편적인 예로 점진적인 월세화를 수용한다면 안정적인 운영수입을 요구하는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육성은 한동안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오히려 개인 민간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의 긍정적인 기능 확대가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점진적인 월세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선택이 요구된다.